잊었다고 믿었던 마음의 조각들
8화. 기억의 서랍을 여는 날: 잊었다고 믿었던 마음의 조각들
문득 떠오른 어느 날의 햇살처럼
가끔은 그런 순간이 있다.
오래된 앨범을 펼치거나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지나갈 때,
또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그 시절의 한 장면이 마음에 스르륵 스며드는 순간.
커피를 내리다가,
창밖의 햇살에 눈이 부시다가,
어떤 노래 한 소절에 ‘그때 그 기억’이 고요히 되살아나는 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억은
내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나 보다.
그건 아픔이 아니라
이제는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
그리움과 따뜻함이 함께 묻어나는,
나만의 작은 영화처럼.
마치 서랍 속 오래된 편지를 꺼내듯,
어느 한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내 마음을 톡 건드린다.
오래된 기억은 가끔 나를 지켜준다
힘들었던 순간,
나는 그 장면을 지우려고 애썼다.
잊는 것이 살아가는 데 더 나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어느 날 나를 조용히 위로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그 울음,
그때 그 외로움,
그때 그 따뜻한 말 한마디.
지나간 그 모든 조각들이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든 조용한 증거처럼
내 안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의 나.
조금은 서툴고, 어쩌면 외로웠던 시간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속에도 늘 빛나는 순간이 있었다.
첫 눈이 내려 신났던 날,
소풍날 챙겨준 엄마의 정성,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던 그 시간들.
그 기억들이 현재의 나를 살며시 안아주고 있다.
“괜찮아, 넌 그때도 참 잘했어.”
기억은 그렇게 조용히 내 편이 되어준다.
마음 한 켠의 남은 이야기들
마음속에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에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꺼내지 못한 말도 있고,
스스로조차 외면했던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무조건 상처로만 남아있다면
그 기억속에서 나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그날의 공기,
눈물이 멈추던 순간의 고요함.
나는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기억은 때론 아프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들은
내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마음이 움직인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과거의 나를 마주하며,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과거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자하며
조금씩,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다.
그 모든 모습들이
지금의 나를 더 유연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는 종종 “잊어야 한다”고 배운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기억을 꼭 지우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로는 그 기억을 안고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더 진짜 회복일 수 있다고.
잊으려고 애쓰기보다,
그 기억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
그게 성장이 아닐까?
오늘은 기억의 서랍 하나를 열었다.
먼지 쌓인 감정들이 내게 말을 건다.
“잘 버텼어.
그때도, 지금도,
넌 정말 잘해왔어.”
나는 그 기억 속 ‘나’를 껴안아 준다.
그 시절의 내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그러니, 잊지 않아도 괜찮다.
기억은 때때로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결국은 나를 지켜주는 조각들이니까.
아픔을 겪고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되기 위한 과정.
아파하지 않을 수 없는거라면,
나에게 왜 이런 힘듦과 시련이 있는지 원망스럽다면,
내가 겪은 경험들로 다른 누군가를 마음 속 깊이 위로해줄 수 있다면.
내가 겪은 경험은 타인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여줄 수 있는 다정함을 지닌 사람이 더욱 많아지기를.
어른이 되어가며 아픔 없이 자라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온실 속 화초도 언젠가는 심한 땡볕에 노출되며 말라갈 수 있고,
억센 잡초도 비를 만나면 보다 부드럽게 변화할 수 있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건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도록 현재의 내가 애쓰며,
아픔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에 대한 감정의 문을 열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 지금 이순간 아픔을 겪고 있다면,
웅크려 있는 그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예전엔 아팠던 장면들도
이제는 그저 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세상에는 아픔 없이 자라나는 사람이 없다.
언젠가는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건 내 아픔이 주는 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나는 그 아픔을 껴안고,
그 누구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하려한다.
기억은 단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아내는 것이라 믿으며
그 보물이 무엇일지 몰라도,
나는 그 기억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듬어 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꺼내도 괜찮은 보물 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아픈 기억을 너무 꼭꼭 봉인해두지말고,
빛바래고 낡은 기억을
나만의 보석으로 다듬어 보자.
너무 자주 꺼낼 필요는 없지만,
가끔 꺼내어 웃고, 다독이고,
“그때도 나 참 예뻤다” 하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나간 기억이
현재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믿어.
“괜찮아,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너를 여기까지 데려다줬잖아.”
기억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아.
그건 현재의 나를
더 따뜻하고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시간의 선물이다.
“기억은 지워야 하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 놓아두는 것이다.”
너무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도 좋고,
너무 꼭꼭 감춰놓지 않아도 좋다.
가끔은 꺼내어 다시 바라보며
그 기억이 내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시간을 남겼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어떤 위로가 되는지를
조용히 되짚어보는 것.
그건 단지 회상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은 마음의 서랍을 하나 열어보자.
그 안에 담긴
빛나는 순간들과 그 시절의 나를 만나며
살짝 웃어보는 하루.
그리고 속삭이자.
“기억아, 고마워.
덕분에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따뜻해졌어.”
과거의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는 현재의 나
어린 시절의 나, 서툴고 부족했던 나를 이제는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수고했다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