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이 아닌 안쪽을 바라보는 변화의 시작
9화. 내가 나를 돌보기 시작한 시간: 바깥이 아닌 안쪽을 바라보는 변화의 시작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자주 지쳐 있을까?”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무겁고,
누군가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바깥이 아니라
내 안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시작했다.
오래도록 ‘괜찮다’는 말을 버릇처럼 반복해왔다.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괜찮다고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말은 언제나 나를 비껴갔다.
그 말 속에 나는 없었고,
그저 상황을 수습하는 말일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주 조용한 순간,
그 말이 정말로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 적이 있었다.
“괜찮아, 너 정말 잘하고 있어.”
그건 남이 아닌, 내가 나에게 해준 말이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내가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는 걸.
과거에게서 위로받는 현재의 나
넘어지고 좌절했던 순간들 속에도 빛나는 조각들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어떤 변화는 큰 사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저 매일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늦은 밤 켜둔 조용한 음악,
스스로에게 건네는 짧은 속삭임.
“오늘은 조금 힘들었지. 그럴 수도 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런 아주 작은 순간들 속에서
나는 내가 나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사람들과의 대화보다
내 마음과의 대화가 조금 더 중요해졌다.
스스로를 채근하던 말투 대신,
조금 더 느슨하고, 조금 더 유연한 말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를 돌보는 일은
꼭 뭔가를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었다.
억지로 힘을 내지 않아도 되고,
좋은 사람, 좋은 딸, 좋은 친구여야만
존재의 의미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조용히 나를 곁에 두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살던 삶에서
나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해주고 싶은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이었나?”
그 물음들을 붙들고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살아간다’는 말이
내 삶에 맞는 말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위해 살던 시간이
결코 헛된 건 아니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 알겠다.
나를 돌본다는 건 나와 함께 있어주는 태도라는 것을.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도록,
내가 내 마음의 온기를 지켜주는 것.
그 시간이 바로, 내가 나를 살아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