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0화.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

이력서에 담기지 않는 삶의 서사

by 기록하는 엘리

[2부] 현재를 살아가는 연습 - 지금, 나를 살아가는 법: 내면을 돌보는 감각과 태도

10화.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 이력서에 담기지 않는 삶의 서사


어떤 시절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던 날들이 있었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마음은 늘 나를 조급하게 했고,

해냈다는 증표가 있어야 안심이 됐다.


조금이라도 더 단단해지고 싶어서,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능력’이라는 이름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렸다.


그렇게 만들어낸 나의 이력서에는

숫자와 단어들이 들어 있었지만,

그 안에 진짜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없었다.


나를 증명하는 것들의 모양

나를 증명해야만 하는 순간은

살면서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입학 원서, 자기소개서, 면접, 새로운 만남.


그럴 때마다 나는

이루어낸 것들, 따낸 자격증, 채워넣은 경력을

조심스럽게 내밀곤 했다.


하지만 늘 어딘가 불안했다.

내가 진짜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흘린 눈물과 땀,

두려움을 안고 버텨낸 시간들,

말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 어디에도 쓰이지 않았으니까.


삶이 증명해주는 어떤 노력

돌아보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있었다.


정말로 이해받고 싶었던 것,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성장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


그건 시험 점수로도, 인증 마크로도 표현되지 않는 종류의 노력이었다.

조용히 견디고, 울면서 다시 일어났던 날들.


그 시간이야말로

내가 살아냈다는 걸 보여주는 진짜 증거였다.


나를 버티게 한 건 자격증이 아닌,

자격증을 따기위해 애쓰며 하루하루 버텨왔던 마음이었다.


쌓아올린 숫자보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던 그 마음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이력서에 기록은 남지 않아도, 나만은 그 시간을 기억했다.

그건 자격이 아니라, 나를 조금씩 알아보려는 연습에 가까웠다.


어떤 하루는 결과가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그 하루를 살아냈다.


의미가 없어 보이던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꿰매고 있었다는 걸

지금은 어렴풋이 느낀다.


과거에게서 위로받는 현재의 나

넘어지고 좌절했던 순간들 속에도 빛나는 조각들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현재의 나_기록하는 엘리.png 두 번째, 과거에게서 위로받는 현재의 나


결과보다 과정을 기억하기로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이력서에 쓰일 수 없는 순간들도

나의 인생에선 가장 빛나는 장면임을 믿기로.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일들,

정확한 길이 아니어도 한걸음씩 내딛었던 용기.


"무언가를 끝까지 해낸다"는 것이

꼭 결과를 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흘린 땀방울의 이름을 기억하며

나는 어떤 이름으로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을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이기 전에

‘나답게 살아낸 사람’이라는 이름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이름이 붙은 시간들은

다른 어떤 인증, 학위, 자격증, 각종 스펙들보다 더 진실하다는 걸 믿으며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로서 또 하루를 살아가본다.


결국 나 자체로 살아가는 일은


결과보다 과정을,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아직은 서툴지만, 그렇게 살아가보려 한다.


나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지만,

그 배움마저도 내 삶의 귀한 일부로 남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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