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에 담기지 않는 삶의 서사
10화.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 이력서에 담기지 않는 삶의 서사
어떤 시절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던 날들이 있었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마음은 늘 나를 조급하게 했고,
해냈다는 증표가 있어야 안심이 됐다.
조금이라도 더 단단해지고 싶어서,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능력’이라는 이름의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렸다.
그렇게 만들어낸 나의 이력서에는
숫자와 단어들이 들어 있었지만,
그 안에 진짜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없었다.
나를 증명해야만 하는 순간은
살면서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입학 원서, 자기소개서, 면접, 새로운 만남.
그럴 때마다 나는
이루어낸 것들, 따낸 자격증, 채워넣은 경력을
조심스럽게 내밀곤 했다.
하지만 늘 어딘가 불안했다.
내가 진짜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흘린 눈물과 땀,
두려움을 안고 버텨낸 시간들,
말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 어디에도 쓰이지 않았으니까.
돌아보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있었다.
정말로 이해받고 싶었던 것,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성장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
그건 시험 점수로도, 인증 마크로도 표현되지 않는 종류의 노력이었다.
조용히 견디고, 울면서 다시 일어났던 날들.
그 시간이야말로
내가 살아냈다는 걸 보여주는 진짜 증거였다.
나를 버티게 한 건 자격증이 아닌,
자격증을 따기위해 애쓰며 하루하루 버텨왔던 마음이었다.
쌓아올린 숫자보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던 그 마음이 나를 지탱해주었다.
이력서에 기록은 남지 않아도, 나만은 그 시간을 기억했다.
그건 자격이 아니라, 나를 조금씩 알아보려는 연습에 가까웠다.
어떤 하루는 결과가 없었지만,
나는 분명히 그 하루를 살아냈다.
의미가 없어 보이던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꿰매고 있었다는 걸
지금은 어렴풋이 느낀다.
과거에게서 위로받는 현재의 나
넘어지고 좌절했던 순간들 속에도 빛나는 조각들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이력서에 쓰일 수 없는 순간들도
나의 인생에선 가장 빛나는 장면임을 믿기로.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일들,
정확한 길이 아니어도 한걸음씩 내딛었던 용기.
"무언가를 끝까지 해낸다"는 것이
꼭 결과를 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나는 어떤 이름으로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을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이기 전에
‘나답게 살아낸 사람’이라는 이름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이름이 붙은 시간들은
다른 어떤 인증, 학위, 자격증, 각종 스펙들보다 더 진실하다는 걸 믿으며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로서 또 하루를 살아가본다.
결국 나 자체로 살아가는 일은
결과보다 과정을,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아직은 서툴지만, 그렇게 살아가보려 한다.
나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지만,
그 배움마저도 내 삶의 귀한 일부로 남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