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꼭 하고 싶은 일들!
. 로이킴 콘서트 보기!
.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 스쿼시 배우기! (원래의 몸무게 회복~ 51kg)
. 책 쓰기
. 여름 방학엔 파리지엔느! Parisienne!
. 논문 2편 쓰기!
. 해변가에서 하얀 원피스 입고 거닐기!
. 아름답게 나이 들기~
. 기타 배우기(독학♡)
하나 둘, 셋, 넷... 아홉 개네? 엄마는 2016년에 이 내용들을 다 해내셨을까? 궁금한 마음에 메모책의 뒷부분을 주르륵 넘겼지만 관련 내용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기억을 더듬어 보자... 콘서트라...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이후에는 웬만하면 모든 콘서트를 동행했던 것 같은데, 2016년이면 너무 어릴 때다. 도통 기억나질 않는다. 요즘 세상에 승혜 나이면 젊어도 너무 젊은 나이라지만, 엄마의 집에서 모든 자동화 시스템을 꺼 버리고 느린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기억 못 하는 승혜를 탓할 것만은 아니다.
"아! 로이킴!"
오랜만에 승혜의 눈빛에 총기가 돌더니 얼굴빛이 환해진다. 맞아. 로이킴 콘서트! 엄마가 이전에 이야기하셨던 게 생각났다. 첫 번째는 성공하셨구나! 오~~ 우리 엄마! 어디 보자~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이건 뭐~ 우리 엄마에겐 너무 쉬운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적으셨을까? 책을 그리도 좋아하고, 아무리 바쁘셔도 한 달에 서너 권의 책은 꼭 읽는 엄마셨다. 그런데 이 때는 달랐을까? 2016년이면... 아... 우리 엄마 몸을 아끼지 않고 여러 일을 하며 우리를 키우셨다는 그 시기인 것 같다. 흠... 괜히 좀 미안해지네. 이것도 지켜졌기를 바라 엄마!
크크크크. 귀여운 우리 엄마. 세 번째는 확실히 못 지키신 것 같다. 엄마가 스쿼시를 시작한 건 내가 열일곱 되던 해였으니 말이다. 이건 명확하게 기억한다. 엄마는 책을 한 권씩 출간할 때마다 본인을 위한 선물을 하곤 하셨다. 그리고 내가 열일곱 되던 해 봄!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그림 동화책이 세상에 나왔고 그날 서점에서 산 책을 들고 우리는 바로 스쿼시 장을 찾아갔다. 당시만 해도 스쿼시라는 운동의 인기가 시들해져 가까운 곳에는 없었다. 우리가 살던 곳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우리는 여행하듯, 데이트하듯 참 행복하게 그곳을 다녔던 것 같다. 엄마와 이미 테니스를 배운 뒤라 쉽게 스쿼시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런저런 엄마와의 추억을 꺼내다 보니 자연스레 승혜가 몸을 이리저리 풀고 있다. 본인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하나 보다. 갑자기 고개를 들어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던 승혜가 무언가 다짐한 듯 큰 숨을 들이마시고는 소리친다.
"히로! 일어나자!"
승혜의 목소리에 잔잔한 소수빈의 "소녀에게"음악이 점점 크게 집 안 가득 울려 퍼지더니, 온 집안의 자동화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 우리 엄마 최애곡! 오랜만이네!
"정말 오랜만이군요 승혜 님. 집이 엉망이에요. 우선 집안 곳곳 관리와 환기, 소독부터 진행할게요. 그 이후에는 정원 관리와..."
"아! 나한테 말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모든 걸 진행해. 조용히 제발! 그리고 나... 오랜만에 스쿼시 하고 싶으니까 피트니스룸 세팅하고. 음료랑 과일 좀 줘."
언제 다가왔는지 승혜가 좋아하는 우유와 시리얼, 과일을 가져다 놓은 히로가 승혜 머리를 부비부비 흔들고는 얼른 가 버린다. 녀석... 내가 뭐라고 할까 봐 사라지는 것 봐. 귀엽기는. 하여튼~ 엄마는 히로를 너무 엄마화 시켜놨어. 지가 자꾸 사람인 줄 안다니까? 투덜투덜 웃음을 내뱉더니 신선한 과일을 먼저 한 두 개 집어 들어 입에 넣는다. 자연스레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하는 승혜다. 책 쓰기라... 2016년? 어디 보자. 시스템이 켜지니 검색이 쉬워져서 편하긴 하네. 굳이 엄마의 오랜 노트북을 켜지 않아도 바로 검색되는 허공의 화면에 엄마의 이름과 작품이 연도별로 정리되어 보인다. 2016년... 어? 없네? 에구... 우리 엄마, 이건 못 지키셨나 보네. 어디 보자... 2017년... 흠.. 여기도 비었다. 뭐지? 우리가 너무 힘들게 했나? 하나씩 하나씩 엄마의 못 이룬 계획에 마음이 쓸쓸해지던 찰나. 마지막 문구에 멈춘 승혜 얼굴에 씩~ 웃음이 퍼진다.
"히로야! 나 기타! 엄마 기타 어디 있지? 너 기타 알려줄 수 있지? 기타 배울래! 기타 가져와봐!"
희로가 선택한 영양 시리얼 덕분인지, 엄마가 남긴 2016년 버킷리스트 덕분인지 오랜만에 승혜의 혈액이 뜨겁게 온몸을 타고 흐른다.
이제,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는 승혜다. 무엇보다 히로가 함께하기 시작했으니 많은 것들이 제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