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런 거래.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비행기 탑승이 오후 5시 30분쯤. 공항에는 3시까지는 가는 게 좋고, 이동시간까지 생각하면 2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오전 11시. 잠시 고민했다. 숙소 1층에 있는 저렴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지, 스냅사진 촬영 시 촬영기사님이 추천해 주신 오꼬노미야끼 집에 가 볼지... 여행 첫날 이상한 아줌마를 만나는 바람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어간 여행이었다. 그랬기에 한동안은 이곳에 다시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씩씩하게 일어났다.
"먹어봐야지! 10년 사신 분도 그리 맛있다는데, 가 보자!"
그렇게 찾아갔다. 오꼬노미야끼 맛집이라 하셨다.
들어가니 각 테이블마다 한 몸이 되어 놓인 철판에 이미 기분이 좋았다. 맛있겠네~ 맛있을 수밖에 없겠네! 싶으니, 벌써 입 안이 난리 났다. 야심 차게 앉았는데 온통 일본어뿐인 메뉴판이 나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친절하게 곳곳에 사진들이 함께였다. 오랜만에 그림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젊은 직원분이 웃으며 다가오셨고, 간단히 영어로 소통도 되었다. 덕분에 오꼬노미야끼도 주문하고, 그림 공부하다 본 맛있게 생긴 메뉴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꼬노미야끼 조리가 테이블에서 시작되었다. 어쩜~ 예쁘게도 만들어 주고 계셨다. 그렇게 오꼬노미야끼의 단계별 변신을 즐기고 있다 보니, 친절한 미소를 지닌 직원분이 무언가 손에 들고 오신다. 귀여운 목소리로 "야끼소바~~"를 외치며 달궈진 철판 한쪽 끝에 쭈욱 밀어 내렸다.
치~~~~~~~~~
캬!!!!!
이미 소리와 비주얼만으로도 나는 최고의 맛을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위에 올려진 반숙 계란이라니! 감탄하고 있는 내게 친절한 직원분이 야끼소바는 바로 드시면 된다고 알려주신다. 천사가 분명하다! 안 먹어도 이미 맛있지만,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톡! 하고 터뜨린 뒤 흘러내리는 노른자를 야끼소바에 묻혀 돌돌 말아 숟가락의 도움을 받아 입에 몰아넣는다. 그 안에는 양배추와 소고기도 이미 함께다. 어디선가 분명 음악이 흘러나왔다! 노른자의 고소함과 소스의 짭조름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아삭한 양배추와 맛없을 수 없는 소고기 조각에 통통한 면발까지 더해지니! 이건 맛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었다. 아는 맛. 너무 잘 아는데 맛있는 맛! 야끼소바였다.
정작 주인공인 오꼬노미야끼는 이미 뒷방 신세가 된 지 오래다. 멋진 자태를 뽐내며 완성된 뒤에도 한참을 야끼소바에 빠져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조각의 작은 양배추까지 다 사라진 뒤에야 오꼬노미야끼에 젓가락이 향했으니 말해 무엇하랴?
세상살이이라는 게 그렇다. 당연히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진짜 마음속 주인공은 따로 생긴다. 당연할 줄 알았던 것들이 보기 좋게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하고, 기대 없이 있었던 곳에서 내게 큰 기쁨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만나는 여러 상황들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한 건가? 옛 어르신들의 큰 뜻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살면서 무슨 일이든 정해놓고 단정 짓지는 말아야지 생각하게 된다. 벌써 마흔이 시작된 지도 몇 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세상엔 내가 알지 못하는 일 투성이고, 겪어보지 않은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그저 비슷하다고, 그게 그거라고 우기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 넓고도 오묘하다. 그래. 단정 짓지 말자. 그저 바람 따라 길 따라가는 거지 뭐. 그렇게 가다 보면 또 천상의 맛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세상엔, 맛있는 음식이 정말이지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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