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빙수

다 때가 있다 했지.

by 하늘꽃

2023년 여름 처음 찾았던 대만. 8월의 대만은 더워도 너무 더워서 좋은 곳에서 멋진 풍경을 보고, 여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분명 즐겼지만 솔직히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뜨거운 열기에 평소 땀을 잘 안 흘리던 나도 옷이 젖을 정도였다. 그렇게 남다른 더위에 이틀을 고생했지만, 삼일 째도 역시나 찾아두었던 맛집을 찾아 나섰다. 정오가 지난 시간 뜨거운 햇살을 이겨보겠다는 마음으로 묵묵히 걸어 나가 도착한 곳은 망고빙수로 유명하다는 곳이었다. 역시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게를 돌고 좁은 골목을 돌아서까지 이어진 줄은 가게 입구 쪽을 제외하면 모두 뜨거운 햇살이 고스란히 내리쬐고 있었다. 30분이 흐르고, 40분, 그렇게 50분이 지나자 겨우 그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더니 5분 만에 자리가 났다. 그렇게 내 생애 처음 만난 망고빙수! 솔직히 팥빙수는 좋아하지만 과일 빙수를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망고라는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다. 모두 과거형이다. 바로 이 날을 계기로 나는 과일 빙수나 망고라는 과일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망고빙수.jpg 23년 대만 여행폴더가 '완전삭제'되는 바람에, 다녀와 만들었던 앨범에서 재촬영;;

부드러운 망고는 시원하면서도 달콤한데 입에서 녹아버린다. 내가 지금까지 맛봤던 망고는 망고가 아니었구나!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노오란 색상이 나를 더 희망차게 만들었는지 기분이 자꾸만 좋아졌다. 보기에도 예쁜 망고가 우유로 만들어진 빙수와 어우러져 또 어찌나 맛있어지는지... 남은 일정이 고작 하루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당연히 다음날도 또 그 집을 찾았다. 이후로 빙수라는 음식이 떠오를 때면 늘 대만의 망고빙수가 생각났다. 그래서 늘 그리웠고, 그래서 늘 대만에 다시 가고 싶었다.


2025년 2월 말. 나는 결국 대만 타이베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다른 못 가본 명소들도 가보고 싶었고, 지난 짧은 여행에서 다 맛보지 못한 음식들도 새롭게 가득 적어두었다. 하지만 꼭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그건 바로 망고빙수였다.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구글맵을 켰다. 눈을 의심했다. 휴.. 업? 휴업이라고? 어? 뭐지? 당연히 갈 거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미리 찾아보지 않은 나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그제야 이리저리 찾아보니 내가 갔던 망고빙수집은 망고가 제철인 4월 즈음부터 10월 즈음까지만 영업을 하는 집이었다. 하..... 그 실망감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2023년 50%가 풀렸던 대만 여행지원금 복권을 신청하려고 메모까지 해두고는 정작 출국 전 신청하는 걸 잊어버려 날렸을 때의 실망감과 빗댈 수 있을까?


아쉬움을 넘어 속상함이 가득해져 망고빙수 맛집 찾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다행히 유명한 다른 망고빙수집이 있었다. 위치도 유명 관광거리에 있기에 대만에서의 둘째 날 아침부터 개장 시간에 맞춰 갔고, 나는 자랑스럽게 1번 손님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만난 망고빙수였다.

20250226_104825.jpg 2025년 2월 만난 망고빙수

맛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맛봤던 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 망고도 맛있었지만, 그냥 맛있었다. 정말 맛있는 망고빙수를 기대했던 나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경험이 되었다. 그 뒤로 남은 여러 날의 여행기간 동안 다시 찾지 않았으니 내겐 딱 그만큼이었던 것이다. 이전 망고집과 비교를 하려다 멈추었다. '망고 제철이 아닌 거잖아. 그러면 비교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진짜 비교하려면 제철에 같은 시기에 먹어보고 판단해야지.' 싶은 마음이었다. 이 집이 망고를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쓰는지, 다른 유통경로로 생망고를 구하는 건지 나로서는 판단할 수도, 알지도 못했다. 그저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다 때가 있는 거라고 어르신들이 그랬지.'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어릴 적 공부하라며 어른들이 많이 하던 말씀이셨던 것 같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 이런 식의 말이 어렴풋이 기억 언저리에 있다. 나에겐 그 누구도 공부하라 말하지 않았으니(나름 늦둥이 막내의 특권이었다) 어디서 들은 건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우습게도 망고빙수를 먹으며 "때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동시에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기 좋은 때라는 건 어느 정도는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일 수 있겠다 싶다. 누군가는 제철이 아닌 시기에 과감하게 가게를 휴업해버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어떤 방법이든 해결책을 찾아 영업을 이어가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물론 뭐가 더 좋은 건지는 모른다. 그건 분명 판단 기준에 다라 달라지겠지. 분명 공부도, 인생도 다 때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때가 다 같지는 않은 게 또 우리네 삶이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따라 그 때라는 것이 달라지기도, 연장될 수도, 쭈욱 이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세계의 또 다른 맛있는 음식을 찾아본다. 내겐 지금이 딱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 2023년 맛있게 먹었던 나의 첫 망고빙수집: 빙찬 冰讚

●■ 2025년 2월 새롭게 찾아간 망고빙수집: 삼형매 빙수 三兄妹雪花冰 (西門町總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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