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천천히

<3부. 온전히 사랑하기 4>

by 하늘꽃

오랫동안 밤마다 통증에 시달렸다. 다리가 쏙쏙 거리며 아팠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꽁꽁 앓고 앓다 지쳐 잠에 들었다. 그렇게 힘겨운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면 늘 피곤했다. 새벽까지 집안일부터 시작해 업무 관련 처리, 다양한 외부 강의 준비나 프로젝트 보고서 작성 등에 치여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머리가 일을 하지 않을 정도가 되면 그제야 내 자리에 누웠다. 너무 피곤한데 고통이 밀려오니 잠에 쉽게 빠질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늘 생각했다. 다들 이 정도 고통은 있어. 나만 이러는 거 아니야. 버텨. 이겨내. 할 수 있어.

그렇게 나는 오랜 시간 나에게 참 못되게 굴었다. 하지만 그런 줄도 몰랐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호되게 아프고 고생하고 나서야 잘못되었구나 싶었지만, 깨달았다고 하루아침에 나에게 대하는 태도가 바뀔 리 없었다. 그래서 나만의 신호등 연습을 시작했다. 생활하다 중간중간 의식적으로 멈추었다. 나 스스로에게 물으며 생각했다.

‘난 지금 어떤가? 힘든가? 쉬어야 하는 상태는 아닌가? 아프진 않나? 내 상태는 무슨 색인가? 초록? 주황불이 깜빡이기 시작했나? 아니면 빨간불?’

자꾸만 의식적으로 물었고, 짧게라도 쉼이라는 것을 나에게 선물했다. 주황불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하던 일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애썼고, 의식하지 못한 채 빨간불이 되어 있을 때면 웬만하면 하던 일을 바로 멈추었다. 그렇게 어리숙했지만 나름의 신호등 연습은 시간이 흐르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무리하지 않고 멈추는 연습을 하다 보니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잠을 꽤 잘 자는 사람이었다. 늦지 않게 잠에 드니 제법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고통이 가득 찰 때까지 참지 않고 쉼이라는 것을 중간중간 나에게 조금씩 선물하니 고통이나 통증도 많이 줄었다. 쉼이라는 것. 그것이 이렇게 귀한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성실해야 한다 배웠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지라도 엄마이기에,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씩씩하게 이겨내야 한다 스스로 생각했다. 다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힘들 때 쉬어간다 해서 내가 더 이상 성실하지 않은 것도, 엄마로서,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 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마흔이 되니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삶이 여유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여전히 서두르고 여전히 미흡한 모습을 자주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천천히라는 것을 내 삶에 들여놓고 나니, 내가 나를 조금은 아껴준다 싶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나를 조금씩 더 애정하고 있다. 그렇게 제법 사람답게 여유를 담아, 천천히 나의 하루를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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