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온전히 사랑하기 1>
요즘은 TV 보는 시간이 거의 없지만, 한때 내 바쁜 일상의 휴식이라 믿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드라마’였다. 어쩜 그리 재미나게 잘도 만드는지, 철없는 나는 매번 쉽게 감정이입하며 빠져들곤 했다. 폭력적인 내용보다는 달달한 이야기가 좋았고, 불편한 결말보다는 해피엔딩이 좋았다. 드라마에서라도 모든 게 아름답길 원했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마흔이 넘으면서 가만히 보니, 내가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자꾸만 무너뜨리고 있었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드라마를 통해 사랑이라는 것을 배우고, 헛된 기대에 자꾸만 빠지는 안타까운 나를 보았다. “그 나이에? 설마~”라고 누가 말한다면 부끄럽지만, 이 나이에 내가 바로 그러고 있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며,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지..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나는 드라마 속 완벽한 누군가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아닌 것처럼, 드라마처럼 나만을 위한 남자 주인공 따위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고,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스스로 보기에도 내가 너무 늦되다 싶은 부분이다.
사랑.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마흔이 넘은 지금이지만 여전히 내겐 어려운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다. 딱히 남녀 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포괄적으로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에 영 자신 없는 나인데, 그 이유가 뭘까? 어느 날 문득 궁금했다. 질문을 품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에 대해 내가 찾은 대답은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아직 안 되었다.”였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직후였다. 그랬다. 나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아이였다. 항상 웃으려 노력했고, ‘싫어요’나 ‘아니요’라는 말은 절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늘 주위 사람들을 살폈고, 스스로 눈치를 봤다. 재빨리 내가 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다 생각했다. 그렇게 자라면서 나 스스로를 아끼거나 사랑해 주기 위한 노력은 1도 없었다. 그저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만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그게 바로 문제였다. 사랑이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는 바로 내가 먼저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사랑받고 싶어 끊임없이 노력했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를 챙기지 못했다. 자존심만 있었지, 자존감이 없는 마음이 텅 빈 사람이 바로 나였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는 그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가 없다. 알고 보니 나는 이제껏 그 누구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마흔을 시작하며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아주 조금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 내어,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나 사랑하기” 프로젝트! 모든 게 서툴렀고, 모든 게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들이지만, 내겐 의도하고 노력해야 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싶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싶어, 감사하며 하나씩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흔의 나는 다른 이에게 사랑받기 위한 노력이 아닌, 나를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전환점을 비로소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