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뜰-4
부디, 예쁘게 피어나세요
-이종희
찌그러진 한 생이 급하게 시간을 탕진하고 뚝, 끊긴다
뒤틀린 표정은 아무리 내달려도 벗어날 수 없는 멍에,
그릴 수 없는 꽃무늬는 가슴에 묻어두고 부식돼야 했기에
꽃길은 빈 깡통이 굴러갈 수 없는 아득한 상표였다
온누리에 팽창한 햇살을 만질 수 없는 것은
고개를 숙이며 기우는 한쪽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갇혀버린 마을의 빗장을 풀고 싶은 설움이 식도에 고이던 날은
아이들이 꽃가마를 타고 굴러가는 날이나
꽃가마 같은 풍경이 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굴러오는 날이었다
외진 산밭을 긁어대며 한 푼 두 푼 채운 일조량이 묵직 해지면
탈탈 털어 이것은 큰아이 것, 저것은 작은아이 것,
갈라지고 일그러진 통이 건넨 모정은 유통기한이 없었다
울퉁불퉁한 자리가 제 자리인 양 익숙하게 구겨진 껍질이
반듯하게 펴질 거라고 기대해 본 적이 없었서였을까
안부를 물을 때면 그렁그렁한 소리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진공 포장된 한숨이 터져 나온 통이 꾹꾹 눌리면
차디찬 생의 지문은 닳고 닳아서 빈 손으로 버림을 받아도
떼구루루 가볍게 승천할 수 있는 건 아닌지
여기저기 하얀 날개에 베인 울음이 새어 나온다
언제나 콸콸 쏟아지는 절규는
단물을 미리 알지 못한 녹슨 자의 몫이었다
친구 장모님은 어린 날 알 수 없는 병으로 한쪽 얼굴이 심하게 기울어, 사시는 마을을 떠나 자식들 결혼식장이나 관광을 다녀본 적 없이 힘들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안타까운 사연을 장례식장에서 듣고 알레고리가 적용된 현대시로 풀었습니다.
# 찌그러진 깡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