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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에 대학생이 된 나, 청심환 먹고 시험친 사연

배움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

by 오즈의 마법사


나는 S 사이버 대학교 콘텐츠 창작 학부 ‘문예 창작학과’ 재학 중이다. 우리 학교는 10월 셋째 주가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었다. 이번 가을 학기에는 온라인 시험이 2과목이고 4과목은 과제 제출이다. 지난 13일에는 ‘소설창작 입문’ 시험이 있었고 15일에는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시험을 치렀다.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시험을 치를 때 너무 긴장한 기억이 있다. 등줄기에는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땀이 스멀스멀 기어 내리고 머리에서도 줄줄 흘러내렸다. 마우스를 쥔 손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렸다. 공부했던 내용조차 까맣게 잊어버려 온라인 시험을 어찌 치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다행히 국가장학금 1유형 학자금 지원구간 1구간을 받아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공부하는 혜택을 받았다.


공부한 지 40년이 훌쩍 지난 환갑에 새롭게 공부를 하려니 긴장이 되어 떨리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다음 학기부터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었다. 청심환을 먹고 시험을 치르기로 마음먹었다. 역시나 긴장되는 것이 덜했다. 이번 가을 학기에도 약국에 가서 청심환 두 병을 미리 사서 준비했다.


한 과목당 A4 40장이 넘는 교안을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엔 까만색 볼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읽고, 두 번째는 파란색으로 동그라미를 쳐가며 읽고, 마지막에는 빨간색으로 중요한 내용을 적어가며 읽었다. 그리고는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을 노트에 필기하는 것을 끝으로 시험공부를 마쳤다. 다행히 학기마다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 나왔다. 한 번도 등록금을 내지 않고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 15일인 수요일에 시험공부를 끝내고 온라인 시험을 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인터넷 화면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시험은 당일 밤 11시 59분까지 치러야 하는데 이런 낭패가 어디 있겠는가? 차분히 생각하다가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다.


“네, S 사이버대학교입니다. 학우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선생님, 시험을 쳐야 하는데 인터넷 화면이 안 나오는데 어쩌면 될까요?”

“학우님, 정보지원팀 바로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정보지원팀 선생님과 전화 연결이 되어 상황을 설명했다. 알려주시는 대로 설치를 하고 다운로드를 해도 안 되는 것이었다. 목 뒤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학우님, 잘 안 되시면 제가 원격조정으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정보지원팀에서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몇 가지 삭제하였다.


“아, 여기 인터넷 화면이 숨어 있네요. 제 자리에 갖다 놓겠습니다. 이제 될 겁니다. 해 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마터면 시험을 못 보는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정보지원팀 도움으로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사이버 대학교에는 나처럼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많다. 라이브 강의를 들을 때 보니 나보다 더 연배가 높은 학우님들도 여럿 계셨다. 이런 특성이 있으니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 정보지원팀이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시험 기간에는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상담 선생님과 정보지원팀이 상시 대기 중이라는 점을 익히 알고 있어서 이번에 큰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 학교는 국제학부, 콘텐츠 창작 학부, 상담심리학부 등 12 학부가 있다. 학부별로 약 39개의 과가 있다. 공부 시기를 놓친 사람들이나 나처럼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강의를 듣는다. 배움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 정년을 마친 사람들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여 백세 시대에 재취업을 할 수도 있다. 요즘 시대에 맞춰 유튜버 학과에 들어가 콘텐츠를 창작할 수도 있다. 나는 글쓰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문예 창작학과에 들어갔다. 에세이부터 소설, 동화, 동시,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를 공부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카카오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호주아재 작가님이 나에게 동화를 써 보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보물 1호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 연재 글을 읽고 동화로 각색해서 보내주며 이런 식으로 써서 동화책이나 동화 공모전에 내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때만 해도 ‘내가 어떻게 동화를 써?’ 하며 아예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이번 가을 학기에 아동문학 창작 강의를 듣게 되었다.


“학우님, 처음 쓰셨는데 잘 쓰셨어요. 글이 밝고 따뜻해요. 동화 계속 써 보세요.”


교수님께서 내가 써서 제출한 단편 동화를 읽고 한 말씀이었다. 처음이라 많이 미숙할 텐데도 격려와 응원을 받으니 구름 위에 둥실 떠 있는 기분이었다. 어떤 장르가 나에게 맞을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었을 때 들은 그 한 마디가 내 가슴 속에 따뜻하게 기억되었다. 동화작가가 되고 싶은 내 마음도 확인하였다. 습작을 열심히 하여 동화 공모전에도 문을 두드려보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이 진짜이다. 국가장학금을 받으며 하고 싶은 공부도 하니 하루하루가 행복한 시간이다. 동화작가라는 새로운 꿈도 찾았다. 인생에는 정해진 출발선이 없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용기를 내어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엄지척은 사랑입니다^^

https://omn.kr/2fnyo

-작가님들께 드리는 글-

2025년 3월 13일에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글을 발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호기롭게 주 3회 글을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때론 글감이 고갈되어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제 글이 작가님들의 라이킷과 소중한 댓글로 지금 이렇게 30화로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7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계획한 일들이 있어 당분간 자주 찾아뵙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 30화로 마무리하는 브런치북을 끝으로 이제 매주 금요일에만 작가님들께 인사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행복한 날들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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