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요양원에서 만난 전라도 할머니

<야! 내가 90 인디, 인자서 뭘 배우것냐~>

by 카이

김덕순 할머니는 전라도가 고향이라고 하셨다. 올해 90세인 할머니는 걷는 것이 조금 불편하실 뿐 그 이외는 굉장히 건강하신 편이다. 게다가 정신과 인지능력 또한 매우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계신다. 김덕순 할머니와 함께 나누었던 대화를 약간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가 오꼬노미야끼 사줄까?


일명 어르신들의 유치원 역할인 '데이서비스'의 하루 일과가 끝났다. 데이서비스는 아침에 노인 시설로 와서 낮동안만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데이서비스라고 하며, 이 데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노인 기관도 데이서비스라고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명명한다.


나는 김덕순 할머니를 송영차량 뒷좌석에 모시고 댁으로 향했다. 차가 출발하고 한동안 조용히 뒷좌석에 앉아계시던 할머니는 내가 운전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한마디 내던지셨다.


"욕~본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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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도 참~욕본다고. 월급도 쥐꼬리만큼 받음서”


“네? 갑자기 뭔 소리래요? 아니, 그리고 쥐꼬리만 한 월급 받는 줄은 또 어떻게 알았대? 그냥 확! 이 일 때려치워버릴까요?”


“음~니가 일 때려치워불믄 나는 집에 어떻게 가냐?”


“어떻게 가긴요. 할머니가 알아서, 지팡이 짚고 천천히 집에 가야죠. 음~ 한 열 시간 걸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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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믄 안되제. 그냥 일 해라”


"고~~맙습니다"


할머니는 혼자서 무언가 생각을 곰곰이 해 보시더니 다시 말을 건네셨다.


“... 그래도... 젊을 때 고생해 놓으면 나중에 괜찮혀~”


“뭐가 괜찮은데요?”


“월급 쪼금씩 오르것지~”


“안 오를 것 같은데요?”


“오르것제...”


하셨다.


"내가 몇 년 동안 일했었는데, 전혀 안 오르던데요?"


라고 하니, 혼자 창밖을 보시며 골똘히 뭔가 생각해 보시다가,


“안 오를랑가?”


라고 하셨다.


“무슨 그런 무책임한 말이 있대요?”


“그런가? 미안혀~”


“내 원참~ 무책임의 끝을 달리시는구만”


“아, 시끄러~! 앞이나 똑바로 잘 봐. 사고나~”


라고 괜히 큰 소리를 한 번 내셨다.


나도 딱히 할 말도 없고 해서, 그냥 운전만 하고 있었는데.


한 2분 뒤, 뒤에서 들리는 말.


“삐졌냐?”


“아, 또 뭘 삐져요~ 내 원참”


“오꼬노미야끼 사줄까? 우리 집 앞에 가게 있는데...”


“아, 됐어요. 갑자기 뭔 오꼬노미야끼래? 내가 벼룩의 간을 빼먹지. 할머니한테 사달라고 하겠어요?”


“얘 좀 봐라. 어른이 사준다고 하믄, 감사합니다~ 하고 먹으면 되지”


“아, 됐어요!”


한참 차로 달려, 할머니의 집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진짜로 집 앞에 오꼬노미야끼 가게가 있었다. 그것도 오꼬노미야끼 가게가 두 군데나 있었다.


한 집은 영업 중이었고, 한 집은 장사를 안 하는 것 같았다.


“원래, 문 닫은 요 집이 맛있는데, 요즘엔 장사 안 해. 요즘엔 저 옆집만 열어. 저 집은 딱히 맛있진 않은데, 뭐 먹으면 또 먹을 만 해. 하나 먹고 갈래?”


“아, 안 먹는다니까요! 일하다 말고 뭔 오꼬노미야끼를 먹어요!”


"이씨! 안먹을람 말아부러라!"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할머니를 차에서 안전하게 내리시도록 천천히 도왔다. 그리고 계속 할머니의 한쪽 팔을 살짝 부축하며 집을 향해 함께 걸었다.


그리고 문 닫은 오꼬노미야끼 가게의 앞을 지나가게 되자 내가 할머니께 물었다.


“근데, 이 집은 왜 장사를 안 해요?”


“응~ 주인 할매가 얼마 전에 늙어 죽어부렀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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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인지...


콩트인지...


이렇게 일본에서의 외국인 요양보호사의 하루 일과는 마무리되어 간다.





내가 지금 90 인디, 인자서 뭘 배우것냐~


김덕순 할머니는 나를 부를 때, 항상 “야!”라고 했다.


“야! 물 좀 줘”


"야! 나 집에 안 델다주냐?"


"야! 오코노미야끼 먹을래?"


하루는 할머니가 “야!”하고 부르길래,


"야! 가 뭡니까 야! 가" 했더니


"그럼 뭐라 부른다냐?"


"야 앞에 얘를 붙이세요. 얘야~라고 한 번해 보세요"


"얘!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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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생전 처음 말해보는 것 같은 그 어색하고 정 없는 ‘얘야’는? 있던 정도 떨어지겠네. 좀 천~천히 애정을 담아서 ‘얘~야~’라고 해 보세요"


"얘~~~얘? 얨~~뱅하고 자빠졌네, 안 해!"


"집에서 따님을 부를 때, 따님에게 뭐라고 하면서 불러요?"


"이름 부르제 뭐라 불러"


"음...그래도 이번에 하나 배워서, 얘야~ 라고 하세요"


“내 나이가 이제 90 인디 인자서 뭘 배우것냐~”


“나이가 어때서요. 뭘 모르시네. 요즘은 수명이 길어져서, 할머니 까딱 잘못해서 운 나쁘면 앞으로 50년 더 살지도 몰라요”


“워~매. 글믄 안된디 빨리 죽어브러야된디? 인자 할 것도 없는디?”


“좌우간에 이제부터 저한테 야!라고 부르면 대답 안 합니다”


다른 일을 하던 중,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얘?야⁉️ 물 한잔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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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는 걸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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