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하다

<살아있다는 것 VS 살아간다는 것>

by 카이

살아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명하다


요양원 침대에 8년째 누워계시는 103세 고령의 어르신이 계신다.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이시다.


간혹 팔을 들어 올리시거나 손가락을 움직이시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신체활동 또한 없다.


어떤 생각도 의지도 표현하지 못하시며, 확인할 방법도 없다.


삶의 의지조차 나는 확인할 수 없다.


이분은 그저...


누워계신다.


사고 혹은 질병이 아니다.


중증 치매와 초고령의 나이로 인한 모습이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허공을 응시하고 계실 뿐이다.




마지막 남은 신체반응


유일한 반응이라고는


믹서기로 곱게 갈아 준비한 식사를 가져와


한 숟가락 떠서 아랫입술에 대었을 때뿐이다.


입술에 무언가 닿았을 때,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시고


음식을 넘기는 목근육의 움직임뿐이다.





요양보호사인 내가 이분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기적인 자세변경과


음식섭취를 돕는 것과


목욕을 돕는 일


그리고


시간에 맞추어 배변 기저귀를 교환하는 일뿐이다.




생명과 삶, 그 괴리감에 대하여


‘생명(命)‘ 그리고 ‘삶(生活)’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그 슬픈 괴리감.


때로는


'이런 삶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장수하는 것이 꼭 축복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 한편에서 불현듯 떠오른다.


생명의 존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불순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그것을 생각만으로 죄책감을 동반하는 질문이다.




오늘도 난 그저 내 할 일을 할 뿐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뒤로한 채,


오늘도 난


아무런 움직임도 반응도 없는 이 분 곁에서 주어진 내 일을 하고 있다.


그저 시간에 맞추어


대소변에 오염된 기저귀를 조심히 교환해 드릴 뿐이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욕창이 발생하지 않도록 몸의 방향을 틀어 쿠션을 덧대어 드릴 뿐이다.


그저 이틀에 한번


목욕실로 모시고 가서 온몸의 구석구석을 씻겨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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