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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방위병 비화 4

특별 군기교육

by 정건우

해병대 방위병 비화 4 / 정건우


몇몇 헌병이 나보다 더 심각한 표정으로 내 앞일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럼 쟤는 어떻게 되냐?"

"일단 군법 회의에 회부되지 말임돠"

"방위도 군법하나?"

"방위도 군번이 있기 때문에 할검돠"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없었지 말임돠"

"경비정을 동원해서 회를 처먹으려 했단 말이지? 대단한 놈이군"

"회 처먹기 직전에 경비정이 왔지 말임돠”

“새꺄, 그 말이 그 말이야“

”시정하겠슴돠“

”아, 인생하나 조졌뿟네“

내 인생 조졌다고 판단한 그 선임 헌병이 다가와 어떻게 하든 부디 마음을 편히 가지란다.

그래서 나는 마음 편히 가지고 아주 푹 자알잤다. 아침 일찍 소속 관리대대로 또 압송되어 오니 온 대대가 시끌시끌하였다.


"경비정에 짱 박혀서 회 처먹은 놈이란다 저 놈이, 시바"

"요즘 방위 우습게 봤다간 현역 작살나지"

법무사, 인사담당 등등 대대장은 사단 내 모든 끗발 있는 동기들을 총 동원하여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작전하고 난리를 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야든 살 궁리는 최대한 무한대로 벌리고 봐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냐고 해병들이 난리다. 그제야 나는 새벽에 큰일을 치고 말았다는 사실을 실감하였지만, 곧바로 체념하였다. 어쩔 것인가?. 죽이든 살리든 국가의 판단에 맡길 것이고, 이것이 지금 당면한 내 운명인 것을.


정기휴가 때 대대장이 과제를 준 적이 있었다. 방위되기 전에 평소 느끼던 방위병에 대한 인식과, 막상 방위병 되고 느낀 현역 방위의 차이점 즉, "방위와 사회와 나" 란 주제로 글을 한편씩 써오란 것이었다. 그때 내가 전 관리대대 전 방위 요원 중 당당히 1등에 당선되어 포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 아닌가?. (한 달간 집체교육 면제)

"그때 그 상 받은 놈이지?. 얼마 전엔 도둑도 잡았던 그놈 아닌가?. 어휴 이걸 죽여 살려, 이 새끼 순 사기꾼 아냐?"

그러던 대대장은 오전 내내 안절부절못하며 무슨 소식인가를 눈 빠지게 기다린다고 했고, 나는 점심까지 잘 얻어먹고 배 째라고 있었는데 문득 대대장이 호출한다는 것이다.


"야 이놈아, 너 천운을 타고 난 줄 알아. 간신히 일주일 군기교육으로 막았다. 경비정이 뭐냐 이 새끼야 경비정이, 간이 배 밖에 나온 놈, 어휴 이걸 그냥 콱“

룰루랄라, 천운을 타고 난 나는 군기교육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아침에 다정하던 병장 해병이 다가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 일주일 특별 군기교육이람서? 어휴 나 같으면 즉각 자살한다“

군기교육도 보통과 곱빼기가 있는데 난 그 곱빼기에 사리를 한 다발 더 얹은 투곱빼기에 딱 걸렸다는 확실한 표현이다.

"히야, 대대장이 일부러 그 말은 쏙 빼셨구먼”

병장 해병은 혀를 끌끌 차며 내 어깨를 감싸고 위로해 준다.

"설마 자기들도 사람인데 죽이기야 하겠나?“

대대장 방을 나오기 전에 그가 얼버무리며 한 말이 생각났다. 조금은 고생이 될 거라고 했던가?. 차라리 자살하는 것이 훨씬 나은 군기교육 얘기는 보안상 기록이 제한된다. 좌우간 나는 거의 시체가 되어 퇴소했으며, 슈퍼에 가자마자 그 자리에서 환타 세 병을 숨도 안 쉬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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