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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방위병 비화 2

작전명령 하달

by 정건우

해병대 방위병 비화 2 / 정건우


한겨울의 00 백사장 도로변 덕장에선 대구라는 생선을 배 따서 말려 포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83년 당시, 반건조 대구포 1마리당 가격이 13,000원 정도였다니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다. 전량 일본에 수출한다는데 해수욕장 번영회장이 그때쯤 되면 매우 긴장한단다. 해마다 출몰하는 도둑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줌마 15명이 매달려 작업해 놓은 걸 여태껏 연평균 150마리 이상을 훔쳐간단.

"정중사, 올해는 자네만 믿네. 그 도둑시키들 좀 잡아 줘어"라며 라면 박스 몇 개를 초소에 던져 놓고 가시는 번영회장님. 그래 올해는 도둑도 잡으리라. 나만 보면 정중사라고 불러주시는 의리도 있고 하니.


그날 밤부터 대구 덕장을 망원경으로 집중 탐망했다. 오늘 밤도 해안은 변함없이 안전하였다. 그러길 한 사나흘쯤 흘렀을까?. 의아 물체가 샛길로 연결된 좁은 도로에서 들락거리는 것이 포착되었다. 인근 초소에까지 해당 상황을 알려 출동 준비를 마치게 하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였다. 세 명의 도둑들이 낮은 포복으로 덕장을 침입하더니 날랜 솜씨로 대구포를 교묘하게 걷어내고 있었다. 도로변에 운반책으로 보이는 더블캡 한 대가 정차해 있다는 보고도 들어와 그쪽까지 덮칠 구상을 마치고, 나는 즉시 워키토키로 인근 대원들을 날래게 불러 작전명령을 하달하였다.


"니와 니는 저리로 가고, 너와 너는 이리로 가서 반항하면 부러지지 않을 만큼만 패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리고 니들 둘은 퇴로를 차단하라"
"저어, 퇴로 차단은 어떻게 하는지요 장군님"
"그냥 열심히 하라 열심히, 우리 스타일 대로 한다. 에또, 방위가 현역보다 잘하는 군대는 필요 없다. 그런 군대는 곧 망한다. 우리식으로 퇴로를 차단한다 알았나?"
"그 우리식 퇴로 차단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요 장군님"
"빨리 움직여 새끼들아"


퇴로 차단은 필요 없었다. 작전은 시시했다. 그냥 가서 움직이면 쏜다고 했더니 한 놈도 움직이지 않았다. 세 명의 도둑을 초소 상황실에 데려다 놓자 운반책인듯한 중년 사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압송되고 있었다. 조용히 하라고 총 개머리판을 내려치며 고함을 치자 도둑들은 끽소리도 내지 못했다. 번영회장단을 급히 불러 피해 상황을 체크하라고 하였다. 그새 180마리나 훔쳤단다. 마리당 만 삼천 원이면 총 이백삼십사만 원이다. 이 나쁜 새끼들. 즉시 00 경찰서에 연락했더니 한 무리 형사대와 기자로 보이는 몇몇이 들이닥치고 나는 점잖게 인터뷰를 했다. 지방방송 TV에 나갈지도 모른다길래 복장도 좀 추스르고 NG도 내고 해서 어찌어찌 행사를 치렀다. 알고 보니 이 도둑들은 작년에도 왔었던 도둑의 후배들이란다. 번영회장이 망나니처럼 무섭게 날뛰셨다.

방위병에게 사회에서 위문 왔다는 얘기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을 부녀회, 새마을협의회, 마을 합창단 아줌마들 등등이 연합으로 떡을 해와서 우리를 위문했다. 나는 1주일의 꿈같은 특별휴가를 갔다.

"복장 상태는 군인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너희들의 칼 같은 복장은 호국정신에 정비례한다, 그만큼 너희 선임 정 해병의 의지가 평소에도 투철했기 때문에 오늘 이런 뜻하지 않는 대민 봉사 성과를 이루게 된 것이다 아”


우리가 출퇴근 시 군복을 입는지 벗는지도 모르는 대대장이 전 대원을 불러 놓고 그런 훈시를 했다. 아아! 군대 재밌다. 계급만 높으면, 아니 짬밥 수만 많아도 높은 놈이 지 맘대로 해보고 잘 되면 상 받고 못 돼도 그만인 책임 없는 곳이 군대라기에, 나도 그리 해 보았더니 나는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다. 군인이라고 하기엔 내가 봐도 좀 그렇고, 민간인이라고 하기엔 엄청 억울한 특수직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독자들 반응이 좋다면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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