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이 다른 한쪽을 무지막지하게 끌어당기는 저 고요하고 끈끈한 골의 힘
나는 국내 유수의 대기오염방지시설 업체에서 20년 넘게 PM(Project Manager) 업무를 했다. 아파트 10층 높이에 가까운 시설을 설계, 제작, 시공, 시운전을 총괄하며 직장생활을 하였다. 대기오염방지시설은 거대한 철구조물로 제작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볼트, 너트가 들어간다. 소위 나사가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디 환경설비뿐이겠는가?. 자동차, 선박, 항공기, 우주선, 스마트폰, 심지어 식탁과 의자, 액자에까지 빠지지 않고 박혀 있는 것이 나사다. 부품과 부품, 부자재와 원자재, 기계요소 간의 체결을 통해 시설과 제품은 조립되고 완성된다. 따라서 오랫동안 PM 생활을 한 나는 나사의 범용성이 지니는 기능의 위대함을 오랫동안 체험하였다.
부품 한 개로서의 나사는 정말 보잘것없다. 소재의 재질 또한 고가 거나 주목할 만하게 특별하지도 않다. 게다가 첨단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물건이 나사다. 그러나 그 쓰임의 중요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사 몇 개가 문제 되어 발사 직전의 우주선 점화가 취소되기도 하며,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나사가 부러지는 바람에 그 거대한 교량이 끊어지기도 한다. 나사의 설계 오류와 잘못된 조립, 또는 취급 부주의로 발생했던 설비 트러블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정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챙겨야 힐 것이 나사 체결 상태다.
나사에는 크게 두 종류의 체결 방식이 있다. 볼트와 너트의 조합으로 체결되는 방식과, 너트 없이 몸체에 가공된 스크루가 대상물에 직접 박히는 피스 형태로 구분된다. 볼트나 피스나 공통적으로 몸체에 골이 새겨져 있다. 그 골이 서로 결합하여 메워지는 힘으로 상대를 조립하는 방식이다. 골을 끌어당기든 상대의 몸체에 골이 들어가 박히든 그 메움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파손되거나 뽑히지 않는 한 결합 상태는 유지된다. 단위 요소가 전체 블록에, 개인이 사회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나사의 기능은 발휘된다. 그 단순하고 원시적인 작용이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소리 없이 잠기고 그만인 나사의 특성. 인간이 만든 세상의 물건 중 가장 거룩하고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