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루쥬 알뤼르 벨벳 틴트 입술이 촉촉하고 서늘하다
저녁 무렵 해변에 있는 단골 커피숍을 찾았다. 홀 안엔 손님이 딱 한 분 계셨고, 온통 발그레한 까치노을이 파도에 밀려와 유리창에 부딪히고 있었다. 삼십 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그 누구의 애인인지 정말로 궁금할 만큼의 미인이, 소파 팔걸이에 왼쪽 허리를 기댄 채 창너머 방파제를 보고 있는 듯하다. 관타나메라 음률 속으로 걸어 들어간 지 오래된 듯하다. 가늘게 뜬 눈초리로 눈 감고 있는 듯하다.
미동도 없는 여인의 뒤쪽에 멀찍이 앉아 보았다. 여인의 시선 방향에서 오른쪽 사십 오도 각도 안에 그럴듯한 풍경이 오롯이 잡힌다. 바닥에 깔리는 쿠바의 대중적인 민중가요 선율만큼이나 이국적 풍경이다. 남아메리카 어느 항구 같다. 커피 마시는 것도 잊고 노을에 번지는 그림을 눈에 담아보았다. 커피숍을 나서며 여인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브랜드가 뭐냐고 강사장에게 물었다. 샤넬 루쥬 알뤼르 벨벳 틴트란다. 외우다가 도저히 안돼 계단에서 메모를 했다. 여인은 십 분 전에 또각또각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