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 위 삼파장 전구에 매달려 어둠을 쫓던 예수가 잠시 자리를 비우듯
다시 두호시장에서 / 정건우
저물녘 십자가는 오늘도
좌우 공평하고 넉넉하니 전봇대에 등을 내주고
오랜 묵상으로 숙연하구나
그동안에 할머니는 죽으셨는지
이가 빠진 모서리 경계석은 홀로 담담하고
거섶 다듬던 자리만 올롱하니
예수 어깨 뒤에 윤광처럼 은은하구나
오가는 사람들 손바닥에 전단지로 서리다가
시커먼 창틀 아래 생선 연기로 타들다가
매대 위 삼파장 전구에 매달려 어둠을 쫓던 예수가
잠시 자리를 비우듯
할머니 가고 없는 시장통 골목으로
이른 저녁 바람이 뭉그적거리며 지난다
별일 없었구나
누가 뒤에 있다는 듯이 다들 그렇게
고만고만 괜찮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