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나를 너무나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할 때가 있었다
스스로를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자존심과 고집이 하늘을 찔렀다
비난과 비판은 물론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충고와 조언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예민한 무엇이 되었고
표족하게 솟아난 내 가시에
사람들이 찔려 아파했지만
내 선함과 진중한 겉모습이
내 칼날을 숨길 수 있는 서랍이 되었다
내가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했기에
난 언제나 완벽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 완벽주의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업무적으로 뛰어나게 해 주었고
성실한 누군가로 만들어 주었지만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마음은 피폐해져 갔고
내 영혼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나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켜야 했고
상처로부터 방어하기 바빴고
내 내면의 회피적인 열매들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자라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오만방자한 어떤 것이 되어 버렸고
마음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도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도 어색한
험한 것이 되어 있었다
내가 나의 중요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의 중요함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흉한 마음은
관계의 파괴와 단절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목이 곧은 사람은
갑자기 패망을 당하고 피하지 못하리라’
세상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내가 세상을 잘 살아내고 싶다는 ,
중요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하늘에 올려 보낼수록
하늘은 내게 견뎌내야 하는 고통을 주었다
내가 넓고 큰 그릇이 되기를 소망하는 만큼
하늘은 나를 칼로 갈고
망치로 두들기는 아픔을 주며
단단한 그릇이 되도록
몇 번이고 불구덩이에 던져 넣었다
어느 순간 나는
깊고도 지난한 우울감에 허우적거렸고
모든 허울뿐인 인간관계가 정리됐고
오롯이 나를 바라봐야 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길고 긴 침묵의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명상을 하게 됐고
새벽별의 속삭임을 듣게 됐고
감사함을 알게 됐고
미안함을 알게 됐고
소중함을 알게 됐고
나는 커다란 이 우주 속에
하나의 점일 뿐임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나의 가시와 예민함과 불안함과 방어와 회피와
때때로 솟아오르던 분노가
내 어릴 적 내가 감내해야만 했던
깊은 상처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됐다
멀쩡해 보였던 내 겉모습과 달리
내 자존감은 박살이 난 채로 어두운 바닥으로 침전됐고
그 개떡 같았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한 없이 내 자존심을 세워야만 했음을 알게 됐다
고집스러운 나의 에고를 다루어야 함을 알게 됐다
오랜 기간
자발적인 고독과 외로움의 순례를 하며
내 어두운 터널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음을 느낀다
새벽이 지나갔고 조금씩 해가 비추고 있음을 느낀다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하고
우주 속의 무수한 점들과 연결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빛에 거하고 싶다면
‘감추인 것이 모두 드러나야 한다’
상황이 어둡고 고통스럽다면
그 해답은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하게 된다
이것이 하늘이 고통을 통해 알려준 교훈이었다
나는 지금도 배워가고 있고
나아가고 있다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