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옴으로 완성되는 오늘의 이야기
이번 주는 Thanksgiving.
미국에서 가장 큰 가족 명절 중 하나이자, 한국의 추석처럼사람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날이다. 이 주가 되면 멀리 있던 발걸음들도 자연스럽게 집 쪽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집에 와 있는 딸과, 산책만 나가면 인생이 충만해지는 듯 꼬리를 흔드는 빼꼼이를 데리고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평소에도 반갑게 인사해 주는 이웃들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얼굴에 따뜻한 빛이 묻어 있었다.
"Home for Thanksgiving?"
("추수감사절에 집에 왔구나?" 하고 반가움 반, 축하 반의 인사.)
그 말엔 반가움 반, 축하 반, 그리고
'아, 오늘 집이 꽤 북적이겠어요' 하는 이웃 특유의 따뜻한 농담 같은 분위기가 실려 있었다.
미국 사람들 특유의, 남의 일에도 내 일처럼 기뻐하는 그 톤이다.
"Your daughter’s home? That’s wonderful!"
(“따님이 집에 왔다니 정말 좋겠네요!” —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말투.)
이웃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온도가 걸음마다 따라붙었다.
돌아오는 길, 딸과 빼꼼이와 함께 걷는 동안 집들 사이로 퍼지는 호박 파이의 따뜻한 시나몬 향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구운 칠면조, 버터 바른 감자, 크랜베리 소스의 새콤한 향까지 어우러져, 마치 누군가는 이미 도착해 있거나 어디선가 오고 있을 가족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풍경이 그대로 떠올랐다.
집 안에서 한 사람은 오븐 앞을 지키고, 또 다른 누구는 테이블보를 펼치며—곧 모일 얼굴들을 기다리는 설렘이 향기로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 향들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Thanksgiving은 단순한 음식과 축제의 날이 아니라,
작은 집 안에서 생겨나는 '소란과 따뜻함'으로 완성되는 날이라는 것을.
집 문을 열면 익숙한 공기와 소리, 사람들의 기척이 나를 맞아준다.
오븐에서 막 구운 파이 향, 남편이 내리는 커피 소리, 딸과 빼꼼이가 같이 노는 소리.
그 세 가지가 한 번에 들리는 순간, house는 home으로 바뀐다.
영어 home은 장소가 아니라 상태다. 긴장이 풀리고, 몸보다 마음이 먼저 도착하는 자리다.
영어에는 공간과 감정을 구분해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
house는 단순히 건물이나 구조물, 물리적 공간을 뜻한다.
반면 home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리, 정서적 귀착점이다.
그래서 “I’m home.”이라고 하면 단순히 집에 도착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제 마음이 편안하다"라는 상태까지 담는다.
눈으로 보는 장면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도착하는 느낌이다.
반대로 house는 벽과 지붕, 방의 구조만 떠올리게 한다.
같은 공간이어도 감정이나 체온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영어에서는 공간과 감정을 분리해 표현한다.
home과 house의 차이를 이해하면, 돌아갈 곳의 감정과 물리적 공간을 더욱 섬세하게 담아낼 수 있다.
* There’s no place like home. — 집만큼 편한 곳은 없다.
* Home sweet home. — 정말 포근한 내 집.
* Make yourself at home. — 편하게 쉬세요.
* A home away from home. — 집처럼 편안한 다른 장소.
* Hit home. — 마음에 와닿다.
* Home is where the heart is. — 마음이 있는 곳이 집이다.
* Feel at home. — 편안하게 느끼다.
이 표현들은 모두 home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하고 돌아오고 싶은 자리임을 보여준다.
House가 home이 되는 순간은 딸이 방문을 턱 열고 "엄마"라고 부를 때,
남편이 "커피 마실래?" 하고 물을 올릴 때,
빼꼼이가 소파 옆에서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자리를 파고 있을 때다.
그 순간 house는 home으로 매끄럽게 변신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매일 함께 home을 조립하며 사는 셈이다.
Thanksgiving은 그래서 '귀가하는 날'이라기보다
'각자의 home이 다시 살아나는 날'에 가깝다.
누군가에게는 환하게 켜둔 거실 등이 home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벽의 따뜻한 차 한 잔이 home이며,
누군가에게는 바로 옆에 있는 그 사람이 home이 되기도 한다.
house는 home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home은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감정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돌아올 수 있는 home이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미소 짓는다.
결국 home을 번역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리, 돌아오고 싶은 느낌까지 담아내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마음이 놓이는 곳이 바로 Hom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