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잠시 페이지를 접고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꼭 멈추게 되는 지점이 있다.
영어로는 이런 순간을 "to take a breather"라고 한다.
말 그대로 '잠시 숨을 고르다'라는 뜻인데,
단순히 쉰다는 의미보다 바쁘게 달려오던 마음을 살짝 내려놓는 여유가 담겨 있다.
이번 연재는 내게 그런 여정이었다.
한국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살아온 기억들을 꺼내고,
그 틈에서 생겨난 작은 문화 차이와 언어의 재미를 기록하는 시간.
어쩌면 이 시리즈는 늘 "in-between",
즉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국적의 사이, 언어의 사이, 그리고 세대의 사이.
"in-between"은 어떤 경계에 딱 들어맞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더 유연하고 넉넉한 공간을 뜻한다.
남편의 "가만있어봐"는 영어로 굳이 옮기면
"Hold on a sec." 정도가 되는데,
이 표현은 '잠깐만'이라는 뜻이면서도
조금 더 일상적이고 가벼운 멈춤이 있다.
딸의 웃음은 언제나 "an instant mood-lifter",
즉 '즉각 기분을 끌어올리는 존재'이고,
Beckham(빼꼼)은 언제나 집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를
기막히게 찾아내는 작은 sun-chaser(햇살 추적자)이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이야기가 되었고,
이야기들이 모여 어느새 하나의 시리즈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여기서
"hit the pause button"을 누르려 한다.
'잠시 멈춘다'는 뜻이지만,
그 안에는 멈추기는 하지만 끝난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있다.
마치 다음 장을 위해 페이지를 살짝 접어두는 것처럼.
이야기를 닫는 대신,
나는 잠시 "step back"하려 한다.
"step back"은 물리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행동이지만,
언어적으로는 상황을 다시 보고, 숨 돌리고, 관점을 넓히는 시간을 의미한다.
삶은 이미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그렇듯 quietly, in invisible ink,
즉 보이지 않는 잉크로 조용히.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조용히 숨을 고르고,
다가올 문장을 기다려보려 한다.
그리고 영어 표현으로 마무리하자면—
"See you at the next turn."
그 뜻은 '다음 길목에서 다시 만나자'이지만,
그 안에는 다시 만날 것을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따뜻함이 숨어 있다.
• take a breather: 짧고 편안한 '숨 돌리기'. 상황을 잠시 내려놓는 느낌.
• in-between: 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않은, 경계에 있는 공간.
• Hold on a sec.: 아주 일상적인 “잠깐만”.
• mood-lifter: 기분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리는 사람/사물.
• hit the pause button: 잠시 멈추지만, 다시 이어질 것을 내포.
• step back: 물러남 + 돌아봄 = '정리하는 여유'가 담긴 표현.
• invisible ink: 아직 보이지 않지만 쓰이고 있는, '미래의 이야기’' 은유로 사용 가능.
• See you at the next turn.: '다음 길목에서 봐요.' 정식 표현이라기보다 따뜻한, 비유적 작별 인사.
그 말은 그 말이지만,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Vol.2에서 다시 인사드릴게요.
여기까지 함께 걸어와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