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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과 행동의 변화는 가히 큰 변화였다.

by Goemgoem

약을 먹으며 느낀 다양한 변화중

기억력은 나를 정말 바보로 만드는 듯했다.

물론 기억적인 부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매와는 다른 증상 중 하나로

단어를 잘 기억해 내지 못하거나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하였다.


이때 너무 조급해하거나

내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을 해 나가 보라 했지만

막상 대화 상황에 닥치니 가능하지 않았다.


정말 그 흔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되었다.


한 번은 지인과 대화를 하는데

노트북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오만가지 단어를 댔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상대방 역시도

걱정할 정도였는지 모른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단어를 더듬어 말하기까지도 했다.

그그그그그그.. 그 그... 어.. 어어어어어어 어 어류!

이런 식으로 말이다.


조개탕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몇 번을 더듬었다.

내가 아닌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조개탕을 어묵탕으로 말하는 정도?

이러한 에피소드는 정말 많았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나는 본디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기에

겁이 많은 사람이기에

고민 또 고민 걱정 또 걱정 후

움직이는 스타일인 사람이다.


그런 내가 갑자기 기분이 좋지 못하다

혹은 혹하는 마음으로 피어싱 가게에 들어가

무려 세 개의 피어싱을 뚫었다.

그것도 귓불이 아닌 연골에 말이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귓불에 세 개 뚫는 것만으로도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사람이며

귀찮아끼지 않았던 귀걸이를

다시 낀 것 역시도 우울증을 앓은 이후

뭔가 혹 하는 마음에 구매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의 머리 필터를 거치지 않은 채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내가

싸이 가수의 핵 인싸들만 참여한다는

흠뻑쇼도 티켓팅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내 행동은 방향을 알 수 없는

탱탱볼처럼 여기저기 튀어 다녔으며

그에 따른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커졌다.


가족들의 연락도 받지 않게 되었다.

남편 말고는 다 믿을 수 없다 생각을 해

친정 가족들의 연락도 다 받지 않았다.

물론 나를 걱정한다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 끊어버렸다.


이렇게 약물이 주는 영향이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번 외래 진료에서 나의 상담은

그 어떤 때보다 길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대한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나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적절한 처방과

약물을 정해줄 거라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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