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묻지 않았다 – QR코드가 민주주의를 인증할 때
요즘 사람들과 선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리만치 조심스러워진다.
어떤 이는 직접 가서 기표를 했고,
어떤 이는 모바일로 인증을 마쳤다고 한다.
어떤 이는 그냥 “편해서 좋다”고 했다.
그런데 묘하게 불편하다.
QR코드 하나로
한 사람의 투표권이 인증되는 사회.
그게 정말 괜찮은 걸까?
언젠가부터 ‘간편결제’는
우리의 모든 일상에 스며들었다.
식사를 하고, 커피를 사고, 택배를 보낼 때
QR을 띄우고, 인증을 누른다.
그 기술이
이젠 투표권을 인증하기 시작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네이버, 카카오, PASS 같은 민간 앱 기반의
본인 인증 방식을 도입했다.
공식적인 설명은 이렇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그런데 누구도 묻지 않았다.
그 시스템은 누가 검증했는가?
그 보안은 누가 책임지는가?
만약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말한다.
“우리는 플랫폼을 빌린 것뿐이다.”
플랫폼 회사는 말한다.
“우리는 단순 인증 도구일 뿐이다.”
그 결과,
정작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디지털 혁신을 외쳤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
민간에 위탁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은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지나쳤다.
그 사이,
우리가 놓친 게 있었다.
QR코드 자체는 중립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선택하고 도입하는 결정은 정치적이다.
왜 공공이 해야 할 검증을
민간의 보안 보고서 한 장으로 대신했는가.
왜 언론도, 정당도
이 과정을 따져묻지 않았는가.
아마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너무 매끄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빠르다'는 말 앞에서
‘검증’은 늘 한 발 뒤에 선다.
공공 시스템을 ‘그냥 믿는’ 사회가 되었을까
투표는 단순한 클릭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의지,
한 사회의 방향이 기록되는 일이다.
그것이 어떤 알고리즘을 거치고
어느 서버로 전송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믿을 뿐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믿는 것’이 아니라
‘검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술은 나아간다.
편리함은 더 커지고,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런데 그 속도에 묻혀
우리의 권리와 책임까지 맡겨도 되는 걸까?
우리는 이제
다시 질문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인증을,
왜 민간 기업의 QR코드로 해야 했는가?”
질문하지 않으면,
다음은 무엇을 놓치게 될지 모른다.
다음 주 금요일,
공공입찰 제도의 빈틈과
‘관계 있는 회사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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