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 핀테크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스타트업이 불편을 해결하면
그건 ‘혁신’이라고 불린다.
이용자가 몰리고, 속도가 빨라지고,
기존의 절차가 무너질 때
사람들은 감탄한다.
“와, 진짜 편하다.”
“왜 이런 게 이제야 생겼지?”
하지만 문득,
그 ‘편리함’의 반대편이 궁금해진다.
기존의 규제는 왜 존재했는가.
그리고
그 규제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는가.
정부는 스타트업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었다.
기존 법과 제도를 일정 기간 유예해 주고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겉으로는 '실험 공간'이지만
실제로는
규제가 사라진 무법지대에 가까운 곳도 있었다.
금융서비스를 하면서도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독을 받지 않고,
개인 정보를 다루면서도
‘시범 사업자’라는 이름 아래 면책되는 구조.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검증은 유예되고, 책임은 뒤로 미뤄진다.
새로운 송금 서비스,
간편한 외환 거래,
클릭 한 번으로 되는 신용조회.
핀테크는 확실히 빠르다.
하지만 그 속도 안에
무엇이 숨겨졌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는가?
수수료 구조는 얼마나 투명한가?
해외에서 어떤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회피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지금은 성장 단계라…”는 말 한마디에 묻힌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구시대 사람'이 되거나,
‘스타트업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이 아니다.
그 뒤에는
투자자, 규제기관, 관련 공공기관, 대기업이 엮여 있다.
문제가 생겨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가리기 어렵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이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실한 사업모델도 계속 굴러가고,
기형적인 자금 구조도 방치된다.
누군가는 조용히 빠져나가고,
누군가는 "우린 몰랐다"며 고개를 돌린다.
기술은 책임을 나누지 않는다.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기술을 명분 삼아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린 플랫폼일 뿐이라 직접 거래는 모릅니다.”
“우린 라이선스 대상이 아니라서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그건 사용자의 책임이죠.”
이 말들은 익숙하다.
그리고 무섭다.
왜냐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결국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책임이 따라잡을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편리하다’는 이유로 많은 걸 받아들인다.
그 편리함이
무엇을 희생시키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핀테크는 분명 새로운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책임과 투명성을 가릴 때,
그건 결국
또 하나의 위선이 된다.
생각해볼 질문
"당신이 쓰는 기술은, 정말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까?"
다음 주 금요일,
‘감히 손댈 수 없는 회계법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업이 무너져도, 그들은 늘 멀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