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손대지 않는 곳 – 회계법인의 무풍지대
기업이 무너질 때
우리는 CEO를 탓하고, 경영진을 비난한다.
뉴스 헤드라인은 말한다.
“횡령”, “분식회계”, “투자 실패”.
그런데
그 모든 숫자를 확인하고 사인한 사람들은
항상 조용하다.
회계법인.
그들은 늘 조용히,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감사인은 항상 '예외'였다
수년 전, 대형 건설사가
수천억 원의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
그보다 앞서, 유명 바이오기업도
실체 없는 매출을 부풀렸다.
최근에는 IT 업계 스타트업들마저
매출 구조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재무제표에는
감사인의 서명이 있었다.
문제 발생 후 “부주의했다”, “속았다”는 말만 남는다.
어떤 법적 책임도, 실질적 처벌도 거의 없다.
왜 그럴까?
회계법인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회계는 어렵다.
복잡한 숫자, 기준, 규칙들.
심지어 같은 상황을 두고도
회계 기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 존재한다.
이 복잡성은
회계법인에게 완벽한 방패가 된다.
“그건 판단의 차이였습니다.”
“자료가 불충분했습니다.”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말들은
항상 준비돼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문가니까 어련히 잘했겠지”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이 클수록 회계감사는 더 ‘형식적’이 된다.
왜냐하면 회계법인도 ‘고객’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를 엄격히 하면 계약은 끊긴다.
이른바 ‘눈 감아주는 감사’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특히 4대 회계법인은
한국 대부분의 대기업과 상장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 해 수십억 원씩 감사 수수료를 낸다.
그 돈을 받는 입장에서
“정말 독립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가”는
아주 현실적인 질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있다.
감사보고서도 제출되고,
표준화된 절차도 존재한다.
하지만 감사인은
실질적으로 ‘자기들끼리 자기를 감시하는 구조’ 안에 있다.
내부 적발보다는
언론 보도나 시장 혼란이 먼저 발생한 뒤에야
감독기관이 나선다.
그조차도
“제도 개선 검토”로 끝나거나,
“행정 지도”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계법인은 단순한 회계 전문가 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정보의 출입구를 통제하는 사람들이다.
상장, 투자, 매각, 분할, 합병…
모든 중요한 자본 움직임의 시작점에
회계보고서가 있다.
그래서
회계법인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고발하는 일은
대기업도, 정부도, 언론도 조심스럽다.
비판은 곧 고립을 의미하고,
고립은 자본시장에서의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조용히 넘어간다.
'감사'라는 단어는
감시와 검증을 떠올리게 한다.
믿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의 회계 시스템은
그 신뢰를 전제로 작동할 뿐,
실제로 그 신뢰를 담보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 틀을 그냥 받아들인다.
너무 복잡하니까,
너무 익숙하니까.
그러는 사이,
수많은 숫자가 조용히 왜곡되고 있다.
생각해볼 질문
“회계법인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감시하고 있는가?”
다음 주 금요일,
‘규제라는 이름의 기득권 보호막’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스타트업을 죽이는 건 규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