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가문어 버터구이와 토마토주스
미디어에서 말하는 소식좌, 바로 우리 가족이다. 치킨을 먹을 땐 한 마리면 충분하다. 다들 두 세 조각 먹으면 배부르다고 하거든. 나도 밖에선 나름 소식가란 말을 듣는데, 본가에선 대식가 취급을 받는다.
"배 안 불러?"
"응. 배부르면 나 줘."
가족 구성원 중 아버지가 가장 말랐고, 내가 가장 살집이 있다. 나는 먹는 대로 살이 찌는데 아버진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신다. 운동을 하셔서 그런 걸까?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평생 운동을 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건 유치원생 시절부터인데, 그땐 헬스를 하셨다. 집에서도 운동을 하고 싶으셨던 아버지는 인클라인 벤치와 바벨 등을 집에 구비해 두고 운동을 하셨다. 초등학생 땐 산대장을 하시면서 산악회를 이끄셨다. 커다란 등산가방에 랜턴, 워터백 등을 챙겨 꼭두새벽에 나가셨던 게 기억이 난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는 테니스를 하셨다. 참고로 아버지는 테니스를 지금까지 하고 계신다.
언니가 다니는 병원에서 아버지 건강검진을 해드린 날, 의사 선생님께서는 신기하다는 목소리로 아버지께 말했다고 한다.
"지방이 하나도 없으세요."
아버지는 가리는 것 없이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드신다. 재밌는 건 아버지께서 야식을 사랑하신다는 거다. 테니스를 주 6회 하시는데 운동을 한 날엔 무조건 야식을 드신다. 거의 매일 드신다는 말이다.
야식은 대부분 건어물과 과일이다. 구운 건어물을 마요네즈에 듬뿍 찍어서 드시는 게 아버지의 낙 중에 하나다. “저렇게 마요네즈를 많이 드시는데 어떻게 살이 안 찌시는 거지?” 저탄고지라기엔 후식으로 과일을 드시고, 밥도 잘 드시는 아버지가 신기하다.
가끔 마요네즈가 똑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전복이나 오징어를 버터에 구워 드셨는데, “저도 먹을래요~!” 버터 향에 취해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들었다. 밤에 먹는 버터구이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버터구이 먹고 싶네. 토마토도 소진할 겸 젼언니표 요리를 만들어 볼까?’
동전가문어 버터구이를 만들어 보자.
재료
버터, 동전가문어, 방울토마토, 스테비아, 청양고추, 마요네즈, 진간장
조리 방법
버터로 동전가문어를 달달 볶아준다.
문어 색이 노릇하게 변하면 그릇에 담는다.
방울토마토를 갈아준다.
스테비아를 취향껏 넣어준다.
간 토마토는 냉동실에 둬 시원하게 만든다.
종지에 청양고추를 썰어준다.
마요네즈를 듬뿍 뿌린다.
진간장 한 스푼을 넣는다.
작은 팁
동전가문어는 충분히 해동시키고 요리하자. 냉동된 상태로 조리하면 물이 많이 나오는데, 그럼 버터 맛이 하나도 안 난다. 졸이자니 질겨질 것 같아 키친타월로 다 닦아냈다. 물기를 없앤 뒤 다시 버터를 넣어 조리하니 그제야 풍미가 나더라.
토마토 주스를 만들 때 스테비아를 많이 넣는 걸 추천한다. 달아야 단짠단짠 무한대로 들어간다.
버터, 가문어가 짜기 때문에 간장은 조금만 넣는 걸 추천한다. 한 숟가락 넣었더니 딱 좋았다.
***
“엄마, 똑같이 먹어도 왜 아빠만 살이 안 찌실까요?”
“체질이지 뭐. 어렸을 땐 배짝 말랐는데 입까지 짧아서 아빠 밥 먹이려고 늘 고기반찬을 해 주셨대.”
“살이 안 찌는 체질이 존재하는구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