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수'
'권상우', '유지태' 배우를 투톱으로 세우지만 뒤에 '손병호' 배우와 함께 세 명의 배우가 야수처럼 연기하는 영화다. '권상우' 배우의 다듬어지지 않고 짐승 같은 파괴력을 지닌 연기와 '유지태' 배우의 차갑고도 중심을 잡아주는 연기, 그리고 악역으로써 강렬한 '손병호' 배우의 열연으로 영화 '야수'는 완성된다. 영화 '야수'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게다가 강렬하다. 그 강렬함은 영화의 분위기와 어우러진 배우들의 연기가 한몫한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거칠고 직선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영화의 톤(Tone)과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시종일관 관객들을 압박한다. 또한, 캐릭터 간의 갈등과 대립, 집착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특히, '권상우' 배우가 맡은 '장도영' 인물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 듯한 서사의 전개는 숨 막히는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며 '장도영'이 겪는 혼란과 고난을 잠시나마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추가로 필자는 해당 영화를 통해 악역의 존재감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손병호' 배우를 통해 그려지는 '우강진'의 아우라는 다른 영화에서 봤던 악역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세 명의 배우가 야수처럼 연기하며 그를 야생의 울타리로 몰아넣은 영화, '야수'를 살펴본다.
다른 영화에서 보았을 법한 캐릭터. 하지만, '권상우' 배우는 형사 '장도영' 캐릭터를 늑대 같은 야수로 표현하며 차이를 둔다. 기존 다른 영화에 있을 만한 형사 캐릭터보다 더 깊게 파고들어 다듬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지닌 캐릭터를 선보인다. 또한, 정돈되지 않은 외형과 함께 외강내유의 인물로 느껴진 '장도영' 캐릭터다. 외형적으로는 야수처럼 거칠고 난폭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소박한 사랑을 소망했던 아들이자 형, 그리고 남자였다. 단순하지만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며 서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나리오 상의 인물이 영화로 옮겨져 관객의 몰입과 설득을 돕는 것은 배우의 연기가 될 텐데 '권상우' 배우는 '장도영'에게 가장 적절한 연기를 선보인다. 게다가 동행하는 검사 '오진우(배우 유지태)' 캐릭터와 대조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로 표현한다.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연기가 압권이고 서사의 전개를 통해 개인의 사연이 드러날 때 발생하는 감정적인 동요의 표현 또한 훌륭하다. 소년성을 지녔던 그간의 모습에서 탈피해 남성성이 돋보이는 영화 '야수'의 '장도영'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인상에서 풍기는 지적이고 선한 이미지와 다른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의 배역도 적절하게 소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필자는 영화 '야수'에서 '유지태' 배우의 연기력이 조금은 어색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부족함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도 자신에게 맞춰 입는 능력을 지닌 배우다. '권상우' 배우가 연기하는 '장도영' 캐릭터와 대조적으로 물처럼 차갑고 냉정함을 유지하지만 끝에는 감정적으로 폭발하여 '장도영' 캐릭터와 닮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그 모습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과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영화 후반부에는 '장도영'과 '오진우'의 성향이 교차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그가 변화하는 과정은 영화의 서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유강진'에게 열등감 혹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오진우'가 겪는 두려움, 혼란을 부족하지 않게 연기한다. 최상의 연기라고 말할 수 없지만, 배우의 색을 입혀서 '오진우' 캐릭터를 완성한다. 대립하는 캐릭터 간 갈등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인 만큼 캐릭터성이 중요한데 '유지태' 배우는 배우로써 적절한 연기력을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장도영' 캐릭터를 늑대로, '오진우' 캐릭터를 곰으로 표현한다면 '손병호' 배우가 열연을 펼치는 '유강진' 캐릭터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수사자와 같다. 한국 누아르 영화에서 보기 드문 강력한 악역의 모습이다. 캐릭터를 휘감는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다. '장도영', '오진우' 두 캐릭터가 부딪혀도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이 영화의 장르적 매력을 더한다. 그 고고한 자태에 '장도영', '오진우'가 무릎을 꿇을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 순간의 영화적인 긴장감은 놀랍다. 또한, 무자비한 모습을 위압적인 카리스마와 함께 그려질 때 '유강진'의 아우라는 더욱 돋보인다. 필자는 앞선 두 캐릭터보다 '유강진'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비쳤다. 물론, 이야기의 설정이 '유강진' 캐릭터를 돋보이게 한 부분도 있지만, 그의 연기력이 영화 '야수'에서 그를 빛나게 한다. 역시 누아르 영화는 악역이 강렬해야 매력적인 걸까? 강력한 악역의 표본이 될만한 연기력을 선보인 '손병호' 배우다. 세 배우의 열연과 조화가 빛을 발하며 그들을 우리에 가둬 피 튀기게 대립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야수'다.
* 평점 : 3.5 (추천)
* 한 줄 평 : 다듬지 않은 날것의 느낌으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