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로스'
빠른 전개 속도와 불필요한 설명은 걷어낸 모습이 오락영화로써 제격이다. 영화를 보면서 몇몇의 영화들이 떠오른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트루 라이즈'다. 그 설정이 너무나 흡사하고 전개되는 방식도 유사성을 지녔다. 영화 '트루 라이즈'도 그랬던 것처럼 영화의 정체성을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가져간다. 그만큼 관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만한 영화로 여길 수 있다는 부분은 큰 장점이다. 오락영화로써 요소를 갖추고 그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없다는 것은 영화 '크로스'의 약점이다. 오락영화로써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영화란 재미와 함께 일정 부분 이상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상업적인 측면에 치우쳐 균형을 잃었다고 할까? 배우들도, 연출도 모두 기능적으로 작용한다는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오락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부분의 강점은 틀림없다. 가볍게 볼 수 있고, 영화를 통해 통쾌하고 시원한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 '크로스'를 살펴본다.
두 배우 모두 그동안 고유의 연기력을 펼친 배우로써 영화 '크로스'에서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 기대했다. 두 배우는 개성을 내려놓고 가벼운 톤의 연기를 선보인다. 연기의 톤을 낮추니 영화도 비교적 가벼워지는 효과를 낳는다. 영화의 초점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에 두고 있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 톤도 중요하다. 가벼운 느낌으로 영화의 유머를 지닌 채 펼쳐지는 두 배우의 조화는 영화적으로 적절하다. 하지만, 연기력이 출중한 두 배우가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부분은 아쉽다. '황정민' 배우는 영화 전반부에서 유머스럽고 가볍게 보여진다. 후반부에는 영화의 전개에 따라 액션과 장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이는 기시감이 가득한 설정으로 비친다. 때문에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기시감을 피하지 못한다면 신선한 요소를 더해 일부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쉽다. '염정아' 배우 또한 상대역으로 전형적인 모습이다. 두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력을 지녔지만, 영화의 설정 상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니 캐릭터의 매력은 감소되고, 영화의 설정과 서사를 위해 소비된다.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비슷한 이야기와 설정이 다분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심 인물의 설정부터 이야기,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까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강하다. '트루 라이즈',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스파이' 등 영화 '크로스'로 인해 연상되는 작품이 이미 여러 가지다. 이 부분을 통해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영화 '크로스'의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영화 '크로스'가 이런 걸림돌을 피해 다른 영화와 차별화를 둔 작품인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목적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할까? 상업적인 목적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매력 반감의 이유가 된다. 한편으로는 그 목적 자체가 이 영화의 고유성인가도 싶다. 또한, 가볍고 통쾌한 액션 영화로써 기능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영화의 고유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킬링 타임 영화를 두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겠지만, 단순히 킬링 타임용으로써만 활용되는 영화는 숏츠, 릴스 영상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기시감까지 가득하다면 더욱 아쉽다. 특히, 영화는 기시감을 가져도 미묘하게 비껴가야 영화 고유의 매력을 갖게 된다. 아쉽게도 영화 '크로스'는 고유의 매력을 지니지 못하고, 기시감이 가득한 오락영화로 보인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 통쾌함을 지녔지만 액션의 섬세함이 부족하다. 큰 틀에서는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세부적으로 보게 되면 일정 부분 헛점이 보인다. 가볍게 볼 오락영화라는 부분에서 액션의 디테일이 간과된다. 액션이 가장 중요한 영화에서 액션의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이것은 영화의 작품성과 연결된다. 또한, 액션과 설정의 현실성이 부족하다 보니 영화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필자는 영화 '크로스'의 액션을 보고 얼핏 슈퍼히어로 영화가 생각났다. 물론 영화의 설정과 연관되는 부분이지만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비현실적인 부분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관객에게 설득력이 발생해야 영화의 재미가 생기면서 영화적으로 성공하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액션의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진 점은 아쉽다. 가볍고 통쾌한 액션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가볍게만 보여지는 영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 평점 : 2.5 (보통)
* 한 줄 평 : 기시감이 가득한 오락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