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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7년 다닌 직장 그만두기

by 초록 Mar 20. 2025

나는 94년생, 13학번이다.

대입 때도 재수란 없었고, 재학생일 때도 휴학이란 없었다. 취업도 아무 데나 불러만 준다면, 23살 졸업하자마자 바로 입사하려 했다.


경제를 전공했고, 금융업 종사를 희망했지만 줄곧 유통업 서류만 철썩 붙곤 했다. 그렇게 유통업 1위 회사의 최종면접에 들어갔고, 남자 4명에 나 혼자 여자였다. 안타깝게도, 험악한 분위기의 임원분들 대여섯 명 앞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쫄아 버렸다.


열심히 준비한 1분 자기소개만 당차게 외치고, 나는 자멸했다. 딱 한 번 받은 질문이 하필 타사와의 비교를 묻는 어려운 질문이었고, 나는 나도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고 나왔다. 속상해서 면접비 3만 원으로 포테이토 피자 XL를 시켜 혼자 다 먹었다.


어쩔 수 없이 졸업을 1년 유예하고, 취업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1학기를 온전히 서류-인적성-면접 무한굴레에 빠져 살다 결국 증권사 전환형 인턴에 합격했다. 합격전화를 받을 때 우연찮게 부모님과 함께 차 안에 있었는데, 엄마는 환호성을 질렀었다.


우여곡절 끝, 나의 꿈꾸던 사회생활 첫 시작,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내 나이 24살.

아무도 괴롭히지도 눈치 주지도 않았지만, 혼자 눈치 보고 긴장해 있느라 퇴근만 하면 녹초가 됐다. ‘전환형' 인턴이었기에 작은 과제 하나에도 완벽하지 못하면 잠을 못 이루었다. 서울대입구역의 24시간 카페를 매일 찾아갔다. 과제의 완성도를 최대한 올려야 했다. 절실했다. 스스로도 고3 수험생 이후로 제일 열심히 사는 것 같았다.


4개월 뒤, 전환 최종면접에서 운 좋게 1분 자기소개에서 사장님의 이목을 끌었고 나는 정직원이 됐다. 2017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정직원으로 정식 입사했다. 크리스마스 소개팅 숙취에 찌들어 입사한 첫날. 하염없이 부족한 나를 뽑아준 회사에 진정으로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렇게 순식간에 7년이 흘렀다.

매 순간마다 위기였고, 때로는 위기가 없는 날들이 나를 더 무료하고 힘들게 만들었다.

바프를 찍는다고 뼈다귀가 되었다가, 식이장애가 생겨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가,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뵙기 전에 차였다가. 별의 별일이 다 있었다.


그 무료함의 끝에서 나는 탈출구로 이직처를 찾아 헤맸고, 약 1년 간의 준비 끝에 이직에 성공했다.

7년 간 고생한 나에 대한 선물로 무조건 1달 이상의 휴식을 원했고, 다행히 이직처에서 입사시기를 넉넉히 잡아주었다. 7년을 고생한 답례로 5주를 선물 받았다.


이 소중한 5주를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계획했다.

4주는 하와이, 1주는 고향에서 부모님과 오붓하게 보내겠노라. 내 버킷리스트인 1달 살기를 모두가 천국이라 부르는 하와이에서 하고 오겠노라. 태어나서 처음 보는 1,500원에 가까운 고환율이었지만 돈은 아깝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하와이 1달 살기를 꿈꾸게 된 배경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 동안 경험한 나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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