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t는 그렇게 떠나갔고, 나는 나름 빠듯한 학원 스케줄과 주말에는 학원에 제휴된 액티비티를 하느라 바빴다. 그중 제일 기대했던 액티비티가 바로 "Shark Diving Tour". 안 그래도 하와이 입국 첫날 Anja가 "Shark Diving Tour"를 가장 추천한다며, 상어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때는 "으악.. 안 무서웠어? 나는 절대 못할 것 같아" 라고 말했지만, 막상 어학원에서 어린 유럽소녀들에게 들어보니 하와이에서 Shark Diving Tour는 거의 필수 코스인 느낌이었다.
'그래! 하와이까지 왔는데 여기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가자!'
어학원 친구들 몇몇과 스케줄을 맞춰 같은 시간대의 Shark Diving Tour를 신청했다. 여럿이 같이 신청하다 보니 신청할 땐 별생각 없었는데, 스위스 아줌마 친구와 우버 타고 투어장소로 이동하다 보니 점점 겁이 났다. 나의 스위스 아줌마 친구는 50이 넘는 나이지만, 매년 철인 3종 경기를 나가는 대기업의 멋진 상무님이 셨는데 그녀의 마인드는 더 멋있었다.
나는 투어장소로 가는 내내 스위스 상무님 친구에게 여러 번 물었다. "안 무서워..? 나는 내 손가락 하나 잘려나갈까 걱정돼"라고 징징대면, 그녀는 환히 웃으며 "나는 안 무서워, 나에게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아. 엄청 기대 돼! 내가 1등으로 들어가서 상어들 다 보고 나올 거야!"라고 답했다. 그때 나는 머리를 한 대 띵하니 맞은 느낌이었다. 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도전적이고 용감한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심적나이는 내가 훨씬 더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40-50여 분을 달려 투어장소에 도착했고, 어학원 친구들과 모여 같은 보트에 탔다. 나도 스위스 상무님 (걍 줄여서 '스상무')께 자극받아 용기를 얻었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한 번 제대로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어들이 있는 장소로 향하면서, 가이드들은 우리가 만나게 될 상어가 어떤 종류의 상어고 작은 Crab을 주식으로 해서 사람처럼 큰 생명체는 건들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다만, 사람이 먼저 건들거나 터치하면 공격적일 수 있으니 가까이 마주하게 되면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근데 하필 그때 나는 내 인생 최저 몸무게인 45kg 이었다. 키가 167인데.
뼈 밖에 없는 비키니를 입은 내 모습이 마치 작은 Crab 같아서 상어한테 먹히는 거 아닌가 약간 걱정되었다. 그렇게 상어들의 장소에 도착했고 역시나 나의 스상무님이 1빠로 입수했다. 나는 스상무님의 뒤를 따라 당당히 2빠로 입수했다. 깊은 바다수영은 처음이라 약간 긴장되었으나, 푸른 밧줄이 있어 그걸 잡고 따라 들어가면 되었다. 신나서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상어들이 많이 있었고, 처음 보는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 명, 두 명 게스트들이 입수하기 시작했고 체코에서 온 친구는 바다수영이 익숙지 않아 금방 나가버렸다. 나는 어느새 자신감이 생겨 밧줄을 놓고 자유수영을 시도했지만, 결국 소금물만 실컷 먹고 스노클링에 물이 계속 차 가이드 언니 한 명이 나를 1:1로 케어해 주었다. 그냥 밧줄 잡고 얌전히 구경하면 되는데 그 노무 근자감 덕에 민폐 갑. 아무튼 가이드 언니 덕에 한숨 돌린 후 다시 입수했는데, 이 놈들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너무 놀라 보트 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내 바로 뒤에 더 큰 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고, 푸른 밧줄을 내 생명줄 마냥 끌어당겨 초스피드로 보트에 도착했다. 한 번 깜짝 놀라고 나니 별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고, 사실 이 정도면 상어도 충분히 본 것 같아 보트 위로 올라갔다. 처음엔 잠시 숨 돌리고 남은 시간까지 온전히 상어와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으나,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ㅎ 상어들 보러 와서 이만큼 봤으면 됐지...
2빠로 입수해서 1빠로 도망나온게 약간 모양 빠졌지만, 그래도 상어는 상어다. 너무 무서웠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상어들과 헤엄치며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 스상무님을 보고 있자니 '역시 나는 아직 멀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쪼렙이다. 언제쯤 스상무님처럼 만렙이 될 수 있을는지. 나는 왜 이렇게 쫄보인 걸까 푸념하며, 남은 게스트들이 투어를 마치고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스상무님은 가장 마지막까지 상어들과 헤엄치고 나오셨는데 그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본인이 입수했을 때 자기 코앞으로 상어가 지나가 무서웠지만, 피하느라 허우적대면 더 위험하다 했기에 가만히 기다렸다고 했다. 듣고 있자니 쉴 새 없이 상어를 피하느라 허우적댔던 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스상무와 나는 상어를 본 설렘에 들떠 있었고, 일부는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신 데다 오랜 바다수영에 약간 지쳐있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바이브로 육지로 돌아갔다.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매 순간은 지나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허나 실은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퇴근하자마자 누워서 TV를 켜기 바빴고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느라 끙끙댔다. 그렇게 7년을 지내다 Shark Diving Tour 에서 스상무님의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모습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매 순간 후회가 없이 온전히 다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