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내 단어는 Green.

by 초록 Mar 21. 2025

내 최애 영화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는 미국 작가 엘비자베스 길버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에 빠진다.


주인공은 이탈리아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다, 도시마다 그 도시를 나타내는 단어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런던은 '답답함', 스톡홀름은 '순응', 뉴욕은 '야망', 로마는 '클래식' 등. 그러던 와중 그녀의 친구 Sofi는 "What's your word?" 라고 묻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에 대한 답변으로 그녀는 "My word's 'writer'." 라고 답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그러자, 그녀의 친구들은 "그건 너의 '직업' 이잖아. 그건 '너 자신'이 아니야" 라고 말하며, 그녀는 지금 자신의 단어를 찾는 중일 거라고 대화를 마무리 짓는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다음 날, 그녀는 Sofi 에게 "My word is 'Pizza'." 라며, 피자 먹으러 나폴리로 떠난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의 단어는 뭘까?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줄곧 '증권사 직원' 이라고 말했고, 직업이 곧 나였다. 근데 그건 나의 '직업' 일 뿐이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계획했다. 하와이 1달 살기의 목표로 나의 '단어'를 찾는 것.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찾았다.

내 단어는 "Green" 이다. 나는 자연과 소주를 좋아하는데, 그게 모두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도 늘 삼겹살에 '소주'를 그리워했고, 특히 어학원 친구들과 'Ho'omaluhia Botanical Garden' 을 방문했을 때, 그저 초록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증권사 직원'이 아니라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소주'도.


브런치 글 이미지 4

스상무도 나와 같이 초록초록한 자연을 좋아한다. Botanical Garden에서 그녀 또한 행복을 금치 못했고, 그 자연의 모습이 마치 스리랑카와 비슷하다고 얘기했다. 그녀 또한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녀에게 Best Place를 물으면 항상 스리랑카라고 답했다. 푸른 숲 속의 숙소에서 건강한 음식과 휴식을 취하며, 자기 자신을 온전히 보충할 수 있었다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리랑카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다들 너무 친절해서 본인의 수많은 여행 중 넘버 원이라고 말했다.


'Botanical Garden' 이후로도, 정글 속에 숨어있는 Lulumahu Falls, 일몰이 아름다운 'Magic Island'  등 초록초록한 하와이가 너무 좋았다. 오죽하면 인공섬 이름이 'Magic' 일까. 아름다운 해변, 야자수, 여유로운 바이브까지 삼박자를 이루며, 마치 마법 속에 빠진 느낌이었다. 원래 등산을 좋아하는 나로서, 하이킹 천국인 하와이는 진정 나에게 '천국' 이었다. Diamond Head는 기본이고, 1,000개가 넘는 계단이 있는 Koko Head 까지 가뿐히 정복했다. 몸은 물론 진정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는 하와이에서 소주를 자주 마셨는데, 식당에서 마시면 1병에 $15 이었다. 기본 주량이 2병인 나로서는 소주 2병에 거의 팁까지 합하면 5만 원을 써야 되는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하와이 물가 폭격에 쫄아있던 나는 최선의 방법으로 ABC 마트에서 소주를 사서 와이키키 해변으로 향하는 방법을 택했다. 나 원래 노상 까는 거 좋아하니까. 가끔 내가 와이키키 해변에서 소주 마시는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면, 그곳이 인천 앞바다나 부산이 아니냐며 놀리곤 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오히려 미국에서는 한국에선 한물 지난 과일맛 소주들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자몽을 물론, 청포도, 딸기 등등 선택의 폭이 넓었다. 물론 나에겐 해당이 안 되지만 가끔 깡소주를 힘들어하는 외국친구들을 위해 나도 과일맛 소주를 종종 마셨다. 매번 ABC 마트에서 $6.99 짜리 소주를 사는 것도 점차 버거워진 나는 대형마트에서 750ml 짜리 소주를 찾았는데, 그걸 찾은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해서 기념사진까지 찍어두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그렇게 약 7,000km 떨어진 곳에서 내 자아를 찾았다.

나는 삽겹살과 소주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나 하와이 한식당은 너무 비쌌다. 그래서 최소 주 2회는 Sik-do-rak 이라는 삼겹살 무한리필 집을 굳이 멀리까지 찾아갔고, 그때가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다. 물론 자연경관을 보고 있을 때도 행복하지만, 삼쏘로 마무리하는 저녁이 내게는 제일이다. 그렇게 내 Word는 Green이 확실한 걸로.


한식당에서 삽겹살 굽고있는 내 옷 마저 Green한식당에서 삽겹살 굽고있는 내 옷 마저 Green



이전 05화 관계에 기대하지 말 것.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