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ig Island에 사는 전설의 동물

by 초록 Mar 21. 2025

하와이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섬이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

그리고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마우이와, 빅 아일랜드, 카우아이가 관광지로 유명하다. 하와이가 너무 가고 싶어 하와이 공부만 고시생처럼 했던 내 전 직장 동기 언니는 빅 아일랜드를 꼭 가봐야 한다고 했다. 하와이에 와서도 어학원이나 현지인들에게 마우이, 빅 아일랜드, 카우아이 중 어디를 가는 게 제일 낫냐 물어보면 다들 짜 맞춘 것 마냥 '빅 아일랜드'라 답했다. 현지인들의 추천까지 받고 나니 더 가고 싶어졌다.


어학원에서 유럽소녀들에게 들은 후기로는 빅 아일랜드에서 "Manta Ray Night Tour" 를 꼭 해야 된다는 것이다. 엄청 신비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구글링으로 사진을 찾아보고 나니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빅 아일랜드는 진짜로 커서 모든 관광지를 차로 이동해야 되는데, 나는 장롱면허였고 미국 우버는 너무 비쌌다. 결국, Manta Ray 투어만을 위한 1박짜리 여행을 계획했다. 투어장소 근처에 숙소를 잡고 우버로 이동이 어느 정도 가능한 선에서 관광을 다녔다. 코나 커피 농장과 우버 기사님이 최고의 일몰장소로 추천해 주신 "Lava Lava Beach Club". 그곳에서 하와이 칵테일인 마이타이(Mai Tai)를 연신 마시고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투어장소로 향했다.


Manta Ray 투어는 밤에 이루어지는데, 만타가오리가 야행성 동물이기도 하고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보트에서 강한 라이트를 비추어 플랑크톤을 유인시키면 만타가오리가 알아서 모여들기 때문이다. 밤에 환한 빛을 따라 올라오는 몸체 너비만 4-7미터가 되는 가오리들을 보고 있으면 그 신비로움이 한층 더 해진다고 했다. 반면 밤늦은 시간에 바닷물에 뛰어들자니 추워서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어시간이 9시 50분이었다. 그래도 이 투어 하나만 보고 빅 아일랜드에 왔는데 얼어 죽 든 말든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와야지.


투어장소로 가니 주위에 비슷비슷한 업체들이 많아 생각보다 내가 예약한 업체를 찾기가 힘들었다. 투어 예약 확정 바우처에 '형광색 티셔츠가 걸려져 있다'는 문구가 왜 써져 있는지 이해 못 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 문구가 없었으면 못 찾았을 것이다. 겨우 내가 예약한 업체를 찾았고 직원에게 내 이름을 댔는데, 웃기게도 그들도 투어 예약자고 아직 업체 담당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투어 예약자들만 계속 모여들었고 담당자는 코빼기도 안보였다. 투어시간이 10분 정도 지났을까 업체 사람들이 와서 예약자명을 확인하며 래시가드를 빌려주었다. 그리고 다 같이 보트로 향했다.


열 명 정도 됐을까 작은 보트에 비좁게 서로 끼어 앉아 한밤 중 바다 한가운데로 향하는데 마치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탈북자가 된 느낌이었다. 이대로 만타가오리를 보러 가는 건지 다른 섬으로 인신매매 당하러 가는 건지 약간 무서웠다. 몇 분을 들어갔을까 보트는 멈춰 섰고, 가이드들은 부력 스펀지를 나누어 주며 다리 밑에 걸어 몸을 평평하게 만들라고 했다. 만타가오리가 공격적인 생물체는 아니나 다리가 내려와 있으면 만타가오리가 다가올 때 부딪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한 명씩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입수했고 부랴부랴 부력 스펀지를 발목에 걸어 몸을 평평하게 했다.



나는 스마트폰 방수팩을 챙겨 들어가 비디오를 ON 시켜두고 가오리가 나타나기 만을 기다렸다. 한편으론, 재수 없어서 가오리를 못 보고 오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그때 거대한 가오리 두세 마리가 회전하며 다가오기 시작했고, 정말 듣기보다 더 거대해서 밤바닷속 흰 불빛 아래에서 보니 신성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들은 점점 보트 쪽으로 다가왔는데, 아니 다가와도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진짜 코에 닿을 것만 같았다. 위험한 동물은 아니라지만 바닷속 거대동물은 그냥 다 무섭다. 오히려 만타가오리가 몸을 치고 가면 Lucky 하다는 말도 있다는데 나는 최대한 피하고 싶었고, 그들이 다가올 때마다 수면 위로 얼굴을 내뺐다. 물론 투어가 끝나자마자 그 짓을 후회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가오리들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우리는 한 명씩 차례대로 안전히 보트에 올라앉았다. 진귀한 경험에 다들 황홀해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어떻게 하면 투어 영상을 받을 수 있는지 가이드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가이드는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했고, 구글 리뷰를 남기고 이메일을 보내면 영상을 별도로 보내준다고 했다. 그 영상을 받기 위해 Chat GPT를 돌려 열심히 리뷰를 작성하고 인증 메일을 보냈다. 최대한 빨리 받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성격이 급해서 내 폰으로 찍은 초 저해상도의 영상을 먼저 인스타 스토리에 업로드했다. 그 영상을 보고도 다들 놀라워했고, 그 영상을 찍은 내가 봐도 놀라웠다. 봐도 봐도 신기했다.



하와이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상어, 바다거북이, 돌고래, 물고기 등 볼 수 있는 해양생물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중 원 탑이 만타가오리였다. 이 투어 하나만을 보고 빅 아일랜드에 올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버 기사님이 만타가오리는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지만, 핑크 만타가오리는 호주 어느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만타가오리를 한 번 보고 나니, 핑크 만타가오리를 보러 호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 이건 말로 백만 번 설명해도 부족하다. 사진으로도 부족하다 직접 봐야 된다.


숙소에 와서 추운 몸을 녹이며 육개장 컵라면에 청포도맛 소주 한 잔 했다. Manta Ray 직관 후 따스한 물에 몸을 녹인 후 컵라면 한 입 하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오아후도 충분히 여유롭고 휴양하기 좋은 바이브라 생각했는데, 빅 아일랜드는 더한 곳이었다. 곳곳마다 바다에서 조용히 Chilling 하는 휴양객들로 가득했다. 처음 빅 아일랜드에 갈 때는 Manta Ray만 보고 오면 된다 생각했는데, 막상 동네를 둘러보니 며칠 정도 더 느긋하게 쉬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운전미숙 이슈로 크디큰 빅 아일랜드를 렌트해서 다 둘러볼 수 없었고, 그나마 Kona 근처를 구경하며 만타가오리 투어에 다녀오는 것이 내겐 최선이었다. 다음.. 언제일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언젠가 하와이에 다시 가게 된다면 신비로운 Manta Ray를 또 한 번 볼 수 있기를.




이전 08화 사랑은 파도처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