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y and night, the night and sky
사람들은 흔히 푸르른 하늘을 보면 가슴이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말이 있는 걸까? 누군가 죽으면 하늘로 떠났다고 은유적으로 말하고는 하잖아.
더 넓고 트여있는 세상에서 편하게 지내라는 일종의 빗댄 표현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그런 관용적인 말이 사용될 때면 나는 왜 그런지 궁금해. 닿을 수 없어서 그런 표현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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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날이 있었다.
그날은 그냥 가만히 길을 걷다가 속이 너무 답답해서 생각해 보니 내가 바닥만 보며 다닌다는 깨달음을 얻은 날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더니, 순간적으로는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을 받았지만
보고 있다 보니 어지럽고 속이 더 답답해져서 고개를 내리고 심호흡을 했었다.
길의 한복판에서 한 손은 머리, 한 손은 가슴 위에 얹은 상태로 그러고 있다 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냥 지나쳐가던 그런 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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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나는 하늘을 어떻게 생각하지?”라고 고민해 보게 되었어.
생각해 보니까 나는 사실 하늘을 보면서 트여있다는 느낌, 가슴이 뚫리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극히 드문 것 같아.
오히려 하늘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
스노우 볼이 떠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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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랬어.
문득 스노우 볼이 떠오르더라고.
특히 높은 곳에서 하늘을 접할 때면 마치 내가 스노우 볼 속에 있는 모형이 된 느낌이야.
끝없는 하늘의 형상에 사람들은 광활함을 느낀다 하지.
나는 오히려 하늘을 보면 어떠한 세상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아.
정말 그게 그렇게 숨이 막혀.
그래서 그런가 나는 여전히 하늘을 잘 안 쳐다봐.
그렇지만 일부러 한두 번씩은 보려고 해.
바닥만 보고 살다가 어쩌다가 고개를 치켜들면 순간적으로나마 뻥 뚫리는 기분이 들기는 해서.
모순적인가?
근데 길게는 못 보는 나 자신을 보면 그냥 나는 하늘을 답답한 하나의 프레임으로 여기는 게 맞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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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하늘과 맞닿아있는 바다의 수평선을 들여다보며 지구는 네모 또는 일직선이라고 생각했다지?
그 사람들은 바다를 보며 갇힌 느낌을 느꼈던 것일까? 나는 오히려 하늘이 그런 느낌을 주는데.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닷속에 잠겨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
나는 잠기는 게 좋은가 봐. 밤하늘은 좋아하거든.
하늘과 밤하늘.
밤하늘도 결국 하늘인데, 밤하늘은 좋다니.
그냥 내가 말하는 하늘은 사람들이 ‘하늘’이란 단어를 들으면 흔히 생각하게 되는 맑고 밝고 푸르른 하늘이었어.
사람들은 낮의 하늘을 밤의 하늘보다 더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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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밤하늘이 좋다고 적고 나니까, 그 말을 속에서 꺼낸 게 너무 낯선 것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까 밤하늘에 대해서는 말해본 적이 없는 것 같기는 한데,
밤하늘은 오히려 어둡기 때문에 그 끝이 더 보이지 않는 느낌이야.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정말 그 속에 잠식되는 느낌을 받아.
그 세상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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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밤이 무서워.
밤은 사람을 더 외롭고 우울하게 하는 것 같아.
당장 주변만 봐도 밤에 더 감정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더라.
밤이라는 시간과 밤하늘이 만나면 우울한 사람의 이면을 부추기면서도 고요한 시간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
밤이라는 시간 속에서 감정에 허덕이다 보면 날이 밝아져 오는데, 그건 우울과 희망의 교차지점을 보여주는 것일까.
해 뜨는 것을 바라보며 다짐을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해 뜨는 게 절망스러울 때도 있어.
그때는 그냥 밤이라는 어둠 속의 시간 속에 갇혀버리고 싶더라고.
그래서 밤이 무서워.
그렇지만 어느 날 밤은 고요함과 어둠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그렇고 밤하늘과 한 몸인 밤도 그렇고 다 다양한 면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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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기분이 일관적일 수가 있겠어.
근데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잘 안 받아들여져서 더 허덕이게 되는 것 같아.
나는 여전히 밤이 두렵고 그 시간 속에서 헤매고 있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어보고 싶어.
그 시간 속에서 별빛 가득한 밤에 빠져들어가다 보면 어두움만이 가득한 밤에 빛이 있다는 것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왕이면 바다가 함께 있으면 더 좋고.
바다 그리고 별빛 그리고 밤하늘,
생각만으로도 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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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당신의 밤은 안녕한가요?”라는 그 유명한 말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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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okay to let it fly"
"It's okay to let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