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지만 나는 계속 무너지는 중이었다

겉으로 멀쩡했던 날들의 내면 기록

by 시현

그날도 웃었어.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조용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평소보다 말도 좀 더 했고,

가볍게 농담도 받아쳤다.


사람들은 말했겠지.

“괜찮아졌나 봐.”

“생각보다 멀쩡하네.”

“이제 다 지나갔구나.”


근데 아무도 몰랐어.

나는 그 순간에도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는 걸.

입꼬리를 올리는 대신

속으로 감정을 눌러 삼키고 있었고,

농담을 건넬 때마다

내 감정은 더 깊이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어.


무너진다는 건

한 번에 무너지지 않아.

조용하게, 서서히, 알아채지 못할 만큼 가라앉는다.

추운 심연의 바다처럼


그래서 더 무섭고, 더 외롭고, 더 오래간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고,

몇 번씩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을 반복했어.


그리고 오늘에서야 말할 수 있다.

아니 메모장에 써둔 이제야 말할 수 있다.

그때 나는 괜찮지 않았어.

나는 그냥, 조용히 부서지고 있었던 거야.

눈물 없이, 비명 없이,

소리 없이 무너지는 중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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