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아있어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망가졌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조용했고, 말도 줄었고, 울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건 가만히가 아니라, 깊이 잠긴 거였다.
무너지는 척하면서,
나는 내 안의 가장 깊은 벽을 부수고 있었다.
눈치 못 채게 무너지고,
소리 없이 다시 쌓아 올리고,
아무 말도 안 한 채로 다시 날 세웠다.
진짜 깨어나는 건, 아무도 보지 못한 시간 속에서 시작된다.
빛나는 순간이 아니라
어두운 바닥에서 들려오는 나만의 속삭임.
“이대로 끝나지 않아.”
“나는 무너지지 않았어.”
“이건 끝이 아니라, 껍질이 찢어지는 소리야.”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은 나를 부순 게 아니라
나를 안에서 깨어나게 만들고 있었던 거였다.
작년 겨울에 나는 너무 추웠고
그런 내 마음을 녹여주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내 마음을 가져가고 영혼까지 없어질 뻔해서 위태로웠고, 외로웠지만….
나는, 진짜로 살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안다.
사람들은 ‘다시 웃는 모습’만 기억하려고 하겠지만,
나는 내가 다시 태어난 순간을 기억한다.
바로 그날,
무너진 줄 알았던 날.
그게, 깨어난 날이었다.
그림자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뒤에서 속삭인다.
“야, 오시현 부활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