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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생초짜

신규교사입니다

by 밍갱

2006년 3월 17일 중간발령

5학년 3반


이때 나의 꿈은 "친구 같은 선생님"

많은 초임교사들이 겪었던 환상 같은 것이 있었다.


학년부장님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찍소리도 못하게 시켰다. 당시엔 그런 모습이 너무 권위적이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나는 부장복이나 인복은 없었던 듯하다.


열정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가득했지만, 내가 닮고 싶은 선배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고,

나를 괴롭히는 부장님을 만났다. 부장님과의 에피소드는 다음번을 기약하려 한다.

정말 할 말이 많다. 허허허. (기대하시라!)


첫 단추가 참 안 좋았다. 그때의 트라우마는 이후 한참을 날 괴롭혔다.

지금도 그 학교 근처를 우연히 지나갈 때면 가슴이 콩콩....불안했던 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르곤 한다.


그때 난 24살, 12살 띠동갑 아이들.

당장 발령받은 17일부터 수업을 해야 하는데, 교대에서 배운 것들이 다 무용지물인양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완전 초짜초짜 생초짜.

태생이 교직에 적성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앞에 서있기만 해도 카리스마 뿜뿜 발산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 아이들 앞에서 울기도 했고,

꽤액 소리 지르기도 했다.(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하이톤 짜증)


아직도 생각나는 게 있는데,

어떤 남자아기가 내 머리를 치고 도망가기도 했다. 헉...

상당히 자주 굴욕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또 그런 친구 같은 선생님을 내가 자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걸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1년 차 신규의 업무 중 하나는 운동회 무용이나, 학예회 무용, 혹은 학교 전체 대상 임상장학을 하는 것이었다. 같은 신규끼리 뽑기를 해서 누구는 이거, 누구는 저거.

운동회 무용과 학예회 무용에 당첨된 나는 '우산 무용'이란걸 검색해서 전체 5학년에게 가르치고, 신규의 열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사운드 오브 뮤직'의 'so long farewell' 노래에 맞춰 안무를 연구해 가며 아이들을 학예회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지금이야 담담하게 쓰지만 그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 다른 반 아이들까지 모아 학예회 춤을 가르치고, 전체 체육시간에 운동회 무용 가르치고...

노하우도 없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중간중간 부장님이 점검하러 오실 때면 내 마음은 두근두근 초긴장...

부장님의 눈초리가 등 뒤에서 느껴지면 뒷통수가 찌릿찌릿했다.



2년 차엔 방송, 나이스에 스카우트까지.

진짜 가혹행위도 이런 가혹행위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신규 교사들이 좀 불쌍하다. 유독 그 학교 신규들이 좀 유별나게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업무도 힘들었고, 나쁜 시어머니 같았던 부장님도 힘들긴 했지만,

가장 최악이었던 건

아이들 앞에서 너무 만만해 보이던 내 모습이다. 창피하고 쪽팔리고,

교사 첫 해 내 자존감은 늘 바닥이었다.


그 뒤로 좀 나아졌냐고?


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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