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왜 이렇게 안 오지...'
약속한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오기 싫은 곳인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재촉 전화를 걸기가 망설여진다.
'안 와도 어쩔 수 없다...'
그래 안 와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연신 애꿎은 손목시계만 만지작 거리던 그때
반가운 얼굴이 가까워진다.
동석이 혜경에게로 가까워진다.
"오빠! 안 올 줄 알았어.."
"안 올 수가 없었어, 안 올 수가 없더라."
혜경은 그런 그가 너무 고마웠다.
정말 얼마나 싫었을 거야..
생각하면 얼굴이 괜스레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혜경의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의 집회장소였다.
혜경의 부모님은 참 따뜻한 분들이었다.
혜경은 그런 부모님을 좋아했지만
혜경이 14살이 되던 해 이후로.. 아니 혜경의 부모님이 그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혜경의 삶도 부모님의 본책에 딸린 별책처럼 달라졌다.
혜경의 아버지는 주식의 주.. 자도 모르던 사람인데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서 은행 주식을 사라고 해서 은행주식을 샀는데 그 주식이
초심자의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그리 큰돈도 아니었는데, 그 사건은 혜경의 아버지를 주식시장이라는 곳에 발 들여놓게 하였다.
주식이라는 것이, 좋을 때는 너무 좋겠지만,
늘 좋은 것도 아니고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르는 게 주식이라
혜경의 아버지의 초심자의 행운은 빛의 속도로 끝나고 빚만 남겨주게 되었다.
그 후 혜경의 아버지는 그가 운영하던 가게를 찾은 사이비교회 목사님에게 온전히 매료되었다.
혜경의 아버지는 내가 주식으로 큰돈을 잃은 게
너무나 감사할 일이구나!
하나님을 만나게 하시려고 나에게 큰 고난이 왔다!,
다 하나님의 계획하심 안에 있었던 일이야!
마치 목욕탕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이비목사의 달콤한 전언은
혜경의 아버지를 춤추게.. 아니 미치게 했다.
혜경이 14살이 되던 그 해부터 혜경의 아버지는
집에서 저녁 먹은 시간 이후에는
항상 성경말씀을 전했고
일요일은 어김없이 온 가족이
그 교회에 총출동되어야 했다.
혜경은 부모님이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일요일만 참자고 했던 일이
수요일도 예배에 가야 한다는 규칙이 추가되더니
방학마다 학생들 모아놓고 수련회 가는 활동도 추가
덧붙여 같은 교회 다니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규칙도 추가되었다. 혜경의 아버지가 추가하는 규칙들은
지키지 않으면 사탄 악마가 되는 무서운 규칙들이었다.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죄책감에,
또 사리판단이 명확하지 못해서, 또는 우유부단해서
그렇게 해경은 부모님의 뜻을 저버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지냈다.
그렇게 혜경 혼자 받았던 강요가 이제 혜경의 남자친구인 동석에게까지 따라왔다.
'교회도 같이 가주지 못하는 놈은 널 사랑하지도 않는 놈이야.'
혜경은 인터넷에 교회 이름만 검색해도 사이비라는 연관검색이 수두룩 하게 따라내려 오는 그 교회를 동석이 와줄지, 안 와줘도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나를 정말 사랑하면 좀 참아주면 안 되나 하는 이기심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결혼은 교회 상관없이 하게 해 줘요.. 울며불며 애원도 해봤다. 나는 결혼해도 계속 다닐 테니까
그럼 남편만이라도 자유롭게 해 줘요
사정 사정도 해봤다.
그렇지만 혜경의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혜경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런 조건들은 허락할 수가 없었다.
동석은 혜경을 위해 2시간쯤 그냥 귀 닫고 참는 것쯤은 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녀가 저렇게 마음 졸이는데, 부모님 가슴에 못 박고 결혼하자 자기 욕심만 채울 수는 없었으니까
........................................... 아프지만 나았다! 저는 아프지만 나았다고 믿음으로 기도했더니 말끔하게 다 나았습니다. 믿음으로 못 나을 병이 없어요!................................. 중략..........................................................
넓은 체육관에 사이비교회 목사의 말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만 가자"
잘 참던 동석의 얼굴이 심각하다. 화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다.
"이제 곧 끝나는데......."
"난 말이야, 내가 진짜 너를 사랑한다면 여길 같이 다녀줘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너를 여기서 구해줘야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해, 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데!"
동석의 말이 맞다. 동석의 말이 다 맞다
그런데 혜경은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다. 훗날 이때를 생각해 보면 무섭기만 했던 건 아니고
부모님께 상처주기 싫었던 마음이 더 컸던 거 같다.
"나는 여기 미쳐있지 않다고! 그냥 다니는 시늉만, 그냥 우리 아빠 기분 맞춰주는 정도로만! 그것도 안돼?"
동석은 다른 건 다 참아볼 만했다고 했다. 그래 저런 긍정마인드 좋다 생각하며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다 손 놓은 병을 믿음으로 나았다는 말에 정말 사이비구나 여기 같이 있다가는
나도 저기서 울고 있는 사이비 신자처럼 되겠구나.
이런 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혜경을 만날 자신이 없어지는 듯했다.
아니 혜경의 말처럼 저런 것까지 감수할 만큼
혜경을 사랑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
길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자
사이비 교회 다니기를 강요당하는 결혼이라니!
그런 걸 강요하는 여자야 말로 절대 결혼해선 안될 여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