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이는 화학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과 14가지 독약 이야기)
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중학교 때 우연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고 학교 도서관에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내 취향과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동안 추리 소설과 멀어졌다. 그러다 OTT에서 크리스티의 탐정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몇 편을 연달아 봤고 그녀의 작품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실감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크리스티의 작품을 색다르게 다룬 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캐스린 하쿠프(Kathryn Harkup)는 영국의 화학자이자 과학 작가다. 그녀의 또 다른 책 '괴물의 탄생(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을 봐도 얼마나 대중에게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지 느껴진다.
'죽이는 화학'은 작품에 사용된 독약의 종류를 설명하고, 작품에서는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실제 사건에서는 어땠는지를 알려준다.
그중 하나인 니코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작가는 니코틴이 일상에서 너무 흔하게 접하는 독약이라 사람들이 독약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다고 표현했다. 아마 담배 때문이겠지. 작가가 소개한 실제 사건에서도 범인들은 담배를 피우려고 이유를 만들어 두고 담배(식물)를 키운다. 니코틴 중독을 확인할 과학적 방법이 없던 시기에 완전 범죄를 꿈꿨던 것이다.
범인들은 담배에서 얻어낸 순수 니코틴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될 동생을 살해했다. 그러나 19세기의 형사들은 니코틴이 사용되었다는 걸 입증해 내고, 범인은 처벌을 받았다.
추리 소설에서 독약은 흥미로운 도구이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끔찍한 짓을 저지른 뒤 밝혀지지 않으려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참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화학적 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익힐 수도 있다.
이 책은 크리스티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 깊이 이해할 계기를 주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녀의 작품을 펼쳐보고 싶어 지게 만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작가의 또 다른 책 '괴물의 탄생(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을 읽는다면 나 역시 '프랑켄슈타인'을 집어 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