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오늘은 몸이 계속 무거웠다.
발을 차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기분.
컨디션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니었지만,
그 무게감이 체감될 정도로 묵직했다.
그래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계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계속 헤엄쳤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바퀴 수까지 세고
더 가보려 하니 심적인 부담까지 더해졌다.
몸이 풀리기는커녕 그대로였다.
그래서 중간쯤부터는
바퀴 수를 세는 걸 아예 포기했다.
그냥 숨소리만 듣고,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에만 집중했다.
조금은 가벼워졌다.
무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불편하진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수영장 레인에 있는 게 아니라
경계가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레인도, 시간도, 목표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그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오늘은 꼭 45분을 채워야 한다는
그 익숙한 강박이 사라졌다.
예전 같았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채워야 해’
그 마음을 붙들고 버텼을 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신이 들었다.
이건 합리화가 아니었다.
합리화라면 분명히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괜찮아’
‘나중에 더 하면 되지’
이런 문장들이 떠올랐을 텐데
오늘은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냥
“지금은 이만큼이면 충분해”
그게 마음속 깊이 납득이 됐다.
무작정 기준을 채우기 위한 행동은
때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오늘은 처음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