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영을 하다가 잠시 숨을 고르거나 쉴 때는
레인마다 있는 경계에 바짝 붙어서 있다.
내 바로 뒷사람은 바로 올 수도 있는 거고,
나 역시 그 동선에 방해가 되거나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다.
오늘은 물안경에 습기가 많이 차서
물을 씻을 겸, 잠시 숨을 고르려고 레인 끝에 서 있었다.
그런데 어떤 어머님이 내가 서 있는 곳까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오는 거다.
가까워질 때까지도
‘옆으로 비켜가시겠지’ 싶었는데,
내 배에 손끝이 닿기 직전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으셨다.
나는 놀라서 까치발을 들 정도로 더 바짝 붙었다.
닿지는 않았지만, 그 분은 올라오며
알겠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 서있으면 안 되는 거에요~”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같은 레인에 사람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내가 잠깐 서 있던 구간에도 나 혼자뿐이었다.
2달 넘게 이 센터를 다니며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장난인가 싶다가,
‘이런 게 수영장 텃세라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분이 내 앞에 수영할 때가 있었는데,
괜히 내가 의식이 되어서였는지
그분이 턴을 할 때 어떻게 도는지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근데 정말 어이가 없게도,
다른 사람에게는 유연하게 지나가는 거다.
순간적으로 ‘아, 이건 일부러구나’ 싶었다.
약간 화도 났지만,
그 감정에 휩쓸려 내가 집중을 놓치면
결국 손해보는 건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속에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혹시 나도 저런 적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 내 신념을,
내 기준을 옳다고 믿고
무심코 강요한 적은 없었을까?
혹은, 내가 생각하는 ‘예의’와 ‘배려’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간혹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물론 오늘의 일은 불쾌할 수 있다.
그 상황을 옹호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찰나에 내가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게
오늘의 작은 수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