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기 전에 목이 말라서
물 한 컵 마시려고 종이컵을 꺼내는데,
그만 디스펜서에 손을 베였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베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종이에 베인 것 같은 느낌 정도.
만져도 쓰라리지도 않고
딱히 아프지도 않아서
별 생각 없이 준비하러 들어갔다.
근데 샤워하면서 상처에 물이 닿으니
갑자기 따끔한 느낌이 확 올라왔다.
‘이거… 오늘 못하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인 느낌일 수도 있어서
계속 물에 대고 있었는데
일시적인 게 아니었다.
이미 들어왔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사님께 밴드를 여쭤봤다.
운 좋게 밴드를 받을 수 있었고
붙이고 수영을 시작했다.
근데… 이게 또 은근히 찝찝했다.
팔을 젓는데
내 손가락 모양이 이랬나 싶고,
밴드 안에 물이 스며드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가볍게 천천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타다 보니 어느새 적응이 되었고
끝나고 나서야
아 맞다, 밴드 붙였었지
인지를 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그 별거 하나로도
흔들리고, 멈추고,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날의 무드와 마음의 흐름은
정말 어이없고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지점에서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거다.
밴드를 붙이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고,
조금 지나니까 또 그 감각을 잊었고,
그러다 보면 다시
‘아무 일 없었던 날’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문득
기분이라는 건 감정보다 더 가볍고
예민한 층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상처 하나, 작은 불편 하나가
내 하루의 톤을 바꿔버릴 수 있다면
결국 내가 감정의 주인이 아니라
감정에 스치고 가는 사람일 수도 있는 거다.
그게 억울하거나 슬픈 건 아니다.
다만,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순간을 자각한 날은
작은 것 그 자체로 조용히 각인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