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시 반. 알람이 여김 없이 울린다. 밀려오는 짜증을 가까스로 누르고 일어나 양치를 한다. 오늘도 기어코 해가 밝았구나.. 집을 나서며 아련한 눈으로 나를 보는 강아지를 외면하려 애쓴다. 이게 다 너 밥먹이려고 하는 거야, 짜샤.
그래도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페리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누가 옆자리에 앉는지도 모른 채 미처 다 못 잔 아침잠을 자고, 웅성웅성 사람들 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야 눈을 뜬다. 역을 지나 오피스에 다다르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벌써 와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조용히 한자리를 차지한다.
근처에 앉아있는 팀원들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오늘 할 일을 빠르게 훑는다. 벌써 갑갑해지는 마음과 시계에 가있는 눈이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래도 갚을 집대출금이 몇 년인데 애처럼 굴순 없지.
이렇게 저렇게 업무를 하고 미팅을 하며 오전 시간은 흘러갔다. 점심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가 어디가 좋을지 고민한다. 송별회 겸 점심이라 약간은 더 신중하게 생각한 뒤 자주 가던 인기 있는 일식집으로 향한다. 그녀가 떠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구조조정. 말로만 듣던 일이지만 실제로 바로 옆에서 당하는 걸 보니 한동안 마음이 안 좋았다.
내 일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과 내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두 감정이 섞이며 메스꺼운 기분이 들었다. 자세한 속사정과 위로를 대부분으로 한 식사는 곧 끝이 났고, 회사로 돌아가면서 '다음 달에 이 사람은 회사에 없겠지'라는 생각에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라는 냉정하고 차가운 공동체에서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나만 왜 이런 심오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내일도 나와야 하는 이 회사가 날이 갈수록 두려워졌다. 잠시 미팅룸으로 피신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런 모습을 들키면 그날로 나는 잘리겠지..
일이 바쁘진 않았지만 보는 눈들을 의식해 일을 만들어서 하고 오후를 보냈다. 드디어 5시다. 잽싸게 가방을 싸서 역으로 달렸다. 집에 가서 볼 강아지와 남편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도 역시 반전은 없었다. 최대한 빨리 이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의미 없는 릴스를 넘기며 그나마 일상의 재미를 찾아본다. 오늘도 딱히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없고, 기대할 만한 것도 없었다. 그렇게 수많은 고기떼의 하나가 되어 집으로 헤엄쳐갔다.
오자마자 제일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유튜브를 보며 나 자신에게 안심해도 된다고 오늘도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시간은 벌써 7시가 다 되었지만 내 진짜 하루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오늘은 어떤 글로 내 마음을 달랠지 궁금해지고 그렇게 기다리던 설렘은 그렇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