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건설업에 종사하시는 아빠를 따라 이사를 30번 넘게 다녔다. 2,3년 이상 한 곳에 살아본 적이 없다 보니 초등학교를 입학한 학교, 다닌 학교, 졸업한 학교가 4군데가 된다. 그때에는 몰랐다. 이 일들이 나의 교우관계에 미칠 영향을.
엄마도 이대론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중학교부터는 정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 고등학교까지 쭉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렇게 입학한 중학교는 역시나 낯설었다. 나만 아는 친구가 없는 듯하고 전학이 아닌 입학 재배정을 받고 입학한 학교여서 집에서도 먼 곳으로 가게 되어 동네친구도 없었다. 그리고 나도 변해있었다.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친구에게 곁을 내주기도 마음을 주기도 너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친구와 좋은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
오히려 학원이나 과외를 같이 했던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룹으로 노는 것보다 한두 명의 친구들과 노는 게 편했다. 고등학교를 진학해서도 비슷했던 것 같다. 처음엔 조금 힘들었는데 좋은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 재밌는 학교 생활을 보내긴 했지만 마음 터놓고 지내는 친구는 한두 명뿐이었다.
지금도 쭉 그때 친구들을 만난다. 과외에서 친해진 친구 1명, 재수학원 때 친구 1명, 대학교 때 친구 1명, 편입한 대학교 때 친구 1명 등 각각 내가 속해있었던 곳에서 친해진 친구는 전부 1명이었다.
나이가 들고 친구들도 가정이 생기고 각자 일과 육아를 하다 보니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이다. 나는 프리랜서라 평일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은 평일에 만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은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 결혼 전에는 1년에 4,5번씩은 봤었는데 이제는 1년에 한 번도 겨우 보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 서운했다.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은 자주 보는 것 같은데 나는 잘 안 보는 것 같고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나에게 내 친구들은 전부 1번인데 친구들에게 나는 1번이 아니라는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친구들이 만나는 다른 친구들을 보니 대부분 3명 이상 다 같이 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와 만나려면 아까운 주말에 겨우 시간을 내는데 나 하나 달랑 보는 거구나! 나는 진짜.. 가성비가 떨어지는 친구네?!'
그 깨달음이 있은 후 서운한 생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내 친구들은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나 하나를 위해 써줬다는 생각에 오히려 고마웠다. 연락도 드문드문하는데 10년, 20년 동안 꾸준히 연락해 주고 만나지 않았던가! 어쩌면 친구들의 마음속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요즘 나의 절친은 남편이다. MBTI가 정반대여서 부딪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느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친구이다. 남편에게는 모든 나의 속마음과 생각도 얘기할 수 있고 진짜 나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진짜 친구가 점점 줄어든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학창 시절 친구들이 쭉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는 친구들이다. 친구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언제나 내 친구들은 나에게 1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