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용의주도한 전략가 INTJ, 나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 ESFP이다. 용의주도한 전략가와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이라니, 보기만 해도 하나도 맞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한 개도 같은 유형이 없는지 너무 신기할 정도로 정반대이다. 조금 다른 건 알고 있었지만 유형으로 나눠보니 어떻게 만나서 부부가 되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MBTI 유형 중에 특히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T와 F이다. 대문자 T와 대문자 F는 매 순간 부딪힌다.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어 남편에게 터놓으면 공감이 아닌 해결책만 늘어놓기 일쑤였다. 특히 나는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다 보니 일에 관한 일을 터놓고 말할 사람이 남편뿐이라 남편에게 얘길 하면 공감보단 해결책이 많아 머리론 이해하지만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게 된다.
용의주도한 전략가인 남편은 대부분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계획대로 척척 해내면 성취감을 얻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화가 난다고 했다. 반면 나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이기 때문에 계획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상황에 맞게 행동을 한다. 우리에겐 7살 아들이 있기 때문에 계획적인 아빠보다는 자유로운 엄마가 좀 더 육아를 수월하게 하는 것 같다. 처음엔 남편도 아이와 다니는 게 계획적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했었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 자유롭게 다니는 걸 편안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성격유형은 반대여도 맞는 것이 있다. 부부는 무엇인가 맞는 그 하나 때문에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유머코드가 같다. 별거 아닌 거에도 깔깔거리고 웃고 서로의 모습에 한 번씩 빵 터져서 박장대소를 한다. 우리 부부만의 재밌는 에피소드를 다른 사람들에게 얘길 해보면 한 명도 웃는 사람이 없었다. 이 유머코드가 맞는다는 것이 살아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로 화가 나는 포인트가 다르다. 만약 화가 나는 포인트가 같다면 둘 다 폭발해서 말다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나질 않고 서로 헐뜯고 소리 지르며 싸우게 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화가 나는 포인트가 달라 한 사람이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나서 말을 하게 되면 다른 한 사람은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며 빠르게 수긍하고 인정한다. 그럼 화냈던 사람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고 빠르게 수긍해 준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MBTI의 결과가 서로를 정반대라고 단정 지어 버려서 잘 안 맞고 매번 부딪힐 것 같지만 오히려 다른 부분에 서로 호감을 느껴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너무 달라 이해가 안 될 때도 있긴 하지만 그 다른 부분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남편은 나와 노후에 탱고 춤을 같이 배우며 크루즈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내 의견은 묻지 않는 용의주도한 전략가이지만 남편의 그 마음이 노후까지 쭉 이어지길 바라는 자유로운 영혼의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