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성지순례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_손골성지

by 하연

엄마가 성당에서 올 한 해 동안 한국 성지를 순례하면서 각 성지마다 스탬프를 모으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같이 다니자고 하셨다. 요즘 일도 많이 줄고 집에서만 있어서 나에게도 외출하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엄마와 함께 여러 성지를 다녀보기로 했다.


모태신앙이긴 하지만 세례는 20대 초반에 받았었고 또 한동안 잘 안 나가다가 20대 후반에 열심히 다녔다. 결혼도 성당에서 하게 되었는데 출산하고 육아에 허덕이다 보니 몇 년을 못 갔던 성당이었다. 아이가 이제 7살이 되면서 말도 잘 통하고 의젓해져서 올해부터 성당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친정엄마가 제일 기뻐하셨다. 냉담은 절대 안 된다며 신산당부를 하셨는데 알겠다는 대답만 수백번하다가 다시 열심히 성당을 다니니 나도 좋았다. 성당에 가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많이 생각난다.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 손 잡고 매주 성당에 다녔었던 기억 때문인지 성당만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고 눈물이 날 때도 많다.


엄마와 가게 된 첫 성지는 손골성지이다. 점심 먹으러 가는 김에 제일 가까운 성지를 찾았는데 그곳이 손골성지였다. 손골 성지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작은 성지였는데 너무 아기자기하고 잘 정돈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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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에도 들어갈 수 있어서 엄마와 맨 앞자리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성호경을 긋고 눈을 감는 순간 너무 고요한 나머지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너무 고요해서 마음속으로 하는 기도가 들릴 것 같아서 너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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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골성지는 박해시대 교우촌이었고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 오신 성 김(도리) 헨리코 신부, 성 오(오메트르) 베드로 신부님을 포함하여 프랑스 선교사 다섯 분이 말과 풍습을 익히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그래서 곳곳에 신부님들의 동상과 행적들이 쓰여있었다.


엄마와 함께 십자가의 길을 따라 기도도 하고 곳곳에 쓰여있는 글들을 읽으며 순례를 하였다. 처음으로 해보는 거라 조금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너무 뜻깊은 순례였다. 그리고 뒤쪽으로 예쁜 계단으로 길이 있길래 따라 올라가 보았더니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포인트들이 많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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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대리석이나 돌이 아닌 어디선가 사용되지 못했거나 남았던 재료들로 만든 길이었다. 계단 길에 보도블록이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뭔가 귀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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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쌓인 돌담도 다 다른 돌이었고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그 돌담 위에는 옹기종이 모여있는 돌들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소원돌탑을 쌓아놓은 줄 알았는데 올라갔다 내려와보니 곳곳에 쓸 돌들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이 작은 돌들도 조만간 길 곳곳에 놓일 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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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데기도 있었는데 전복 껍데기도 한 곳에 모아져 있었다. 그저 버려지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너무 멋진 길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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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들도 많아서 한참을 보다가 왔다. 한쪽에 사료와 물이 있는 걸 보니 성지에서 지내는 길고양이인 것 같았다. 도망가지도 않고 졸졸 따라오는 고양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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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성지순례 책이 있어서 책에 찍으셨는데 나는 별 관심 없이 그냥 따라갔다가 스탬프가 있는 것을 보고 모아보고 싶어졌다. 생각보다 스탬프 퀄리티도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성지순례 책을 사서 오려 붙이려고 종이에 몇 개 찍어왔다.



날이 점점 풀리고 있어서 엄마와 한 달에 두 번 정도 성지에 다녀올 생각이다. 산티아고는 아니지만 한국의 성지 순례가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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