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함께 얘기해요
작년 문득 아이가 재미없다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소중하게 보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에 크나큰 걱정거리가 늘어난 듯했다.
남편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잠들기 전 오늘의 재밌었던 일과 감사했던 일을 생각하고 말하면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아이가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 맛있는 밥도 많이 먹고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회사에 바쁜 일이 있었는데 잘 해결해서 좋았고 엄마가 해주신 밥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나와 남편이 먼저 얘길 하면 아이도 조잘조잘 얘길 한다.
"오늘 OO이랑 같이 앉아서 놀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어서 좋았고 아빠가 어린이집에 일찍 데리러 오셔서 감사했습니다."
"엄마가 해주신 저녁밥이 너무 맛있어서 좋았고 갖고 싶었던 또봇을 엄마 아빠가 사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내가 볼 땐 한없이 작아 보이는 것들이었지만 아이에겐 큰 감사함이었다.
하루하루 이런 감사함들이 쌓여 소중하고 행복한 날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너무 지치고 힘든 날이 있었다.
마음의 상처만 가득했던 날이라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재밌고 감사했던 일이 도통 생각나질 않았다.
"오늘은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재밌고 감사했던 일이 없네. 오늘 너무 힘들었어. 대신 내일 힘낼게!"
어떻게든 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감사함을 내일의 일로 미루어버렸다.
그때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얘길 했다.
"엄마! 오늘 고장 났던 그 사진 나오는 기계! 그거 잘 고쳐서 받았잖아! 그거 감사하다고 얘기해~!"
"아 맞다! 그게 있었구나! 맞아~ 엄마가 힘들어서 잊고 있었네~! 고장 나서 걱정했는데 잘 고쳐져서 너무 감사합니다!"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고장 난 포토프린터를 붙잡고 쩔쩔매다 결국 AS센터에 맡겼는데 잘 고쳐져서 택배로 받았던 날이었다. 마음이 지쳐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아서 잊고 있었는데 아이가 그걸 생각해 내주었다.
그날 나의 하루의 마무리는 힘듦에 지쳐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끝날 뻔했는데 아이의 생기 넘치는 기운이 나에게 와 하루의 끝이 반짝이며 끝이 났다.
말로만 얘기하다 보니 스치듯 흘러가버리는 감사함들에 대해 아쉬워서 올해 3월부터 기록해주고 있다.
아이가 아직 한글을 잘 쓰지 못해 제가 대신 써주고 있다. 자신의 감사했던 일들에 아이가 더 애착을 가졌으면 해서 기록을 꾸며보라고 했더니 그날의 주제에 맞게 스티커를 고르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훗날 삶에 지쳐 버거운 날이 올 때 이 다이어리를 보며 삶의 원동력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