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만 할 줄 알았던 내가 클립 하나에 꽂혀 일본 사입까지 뛰어들면서 온라인 스토어 2개를 운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죽공예품을 판매하는 스토어에 일본 제품을 올렸다. 한 곳에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제품을 올리니 스토어가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았다. 가죽제품은 신제품 출시(?)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제품이 점점 밀려났고 일본 제품만 잔뜩 판매하는 스토어가 되어버렸다. 몇 개월을 유지하다가 결국 두 개를 분리했다.
가죽공예품을 팔 던 스토어는 오픈한 지 1년 정도 된 스토어라서 판매가 꾸준히 진행되었지만 새롭게 오픈한 일본 제품을 판매하는 스토어는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차곡차곡 다시 쌓아야 했다. 일본 제품 스토어는 판매가 저조했다. 방문자 수는 하루에 고작 10명도 안 들어왔고 제품을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도 역시 가죽공예 계정에 홍보를 했었다. 가죽공예 계정은 나름 릴스도 많이 찍고 팔로워도 많이 늘어서 수익화까지 가능할 만큼 키웠던 터라 그 계정이 아까워서 가죽 제품과 일본 제품을 계속 번갈아가면서 릴스나 사진을 올리고 홍보도 했었다. 역시나 인스타그램도 산으로 가버렸다. 이도저도 아닌 도통 뭐가 주제인지 알 수 없는 게정이 되어 결국 인스타그램도 분리를 시켰다. 일본 제품 스토어나 인스타그램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이미 가죽공예 스토어로 내공이 쌓인 다음이라 뭐든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다. 아무래도 두 개가 제품도 다르고 구매하는 소비자도 달랐기 때문에 같은 방법으로 홍보해서는 안 됐던 것 같았다. 차근차근 하나씩 다시 배우는 입장이 돼서 다른 방법으로 홍보도 해보고 인스타그램 릴스도 다르게 찍고 올려보았다.
요즘엔 두 스토어 모두 엄청 잘 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엄청 안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두 스토어가 한꺼번에 잘된 적은 없었다. 주문은 신기하게 한 곳씩 번갈아가며 들어왔다. 어느 날은 가죽공예 제품의 주문이 많아 매일매일 제품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고, 어느 날엔 일본 제품 주문이 우르르 들어와서 제품 포장하다가 하루를 다 보낸 적도 있었다.
둘 다 잘 됐으면 하고 바랐던 적이 많았고 왜 떼돈을 벌지 못할까 하는 고민도 많이 됐었다. 특히 잘됐던 때가 꽤 있었던 터라 그때와 비교하니 지금은 돈을 버는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되풀이될수록 점점 더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고 일을 해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엄마가 작게나마 집에서 일하면서 적은 시간을 들여 소소하게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나는 너무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가정에 큰 도움을 주는 건 아니지만 아이의 학원비정도, 내가 소소하게 쓸 용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너무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생각해 보니 공방을 운영할 당시 월세와 공과금만 150만 원씩 내면서 매달 허덕이던 게 생각이 났다. 지금은 집에서 일해서 월세도 나가질 않고 큰 고정 지출비용이 없이 가죽공예에서는 재료비와 공인비, 일본 제품에서는 도매 비용과 포장 비용 등을 제외하면 고정적으로 나가야 할 돈이 없지 않은가! 물론 매달 버는 돈이 다르고 금액도 크진 않지만 작게나마 돈을 벌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두 스토어는 시소처럼 번갈아가면서 주문이 들어온다. 둘 다 주문이 안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나름 균형 있게 운영되고 있고 소소한 용돈벌이 같은, 알바 같은 느낌이지만 재밌게 일하고 있다. 시소 같은 두 스토어를 균형 있게 잘 운영하는 게 올해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