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7.
18시 - 18시 30분 저녁 먹으러 나갈 때 바라본 찰나의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파란색이 그러데이션을 그리고 있었다.
진주색부터 하늘색, 바다색이 펼쳐졌고, 중간에 산이 그림자처럼 서있었다.
그 위에 작은 별이 하나 떠있었다.
1월의 첫 보름, 5초 정도 보고 지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아름다웠다.
그리고 소원으로 "열정" 두 글자를 빌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황사가 몰려와도 미세먼지로 남산타워가 붉게 물들어도 하늘을 바라본다. 그런 내게 하늘을 바라보는 것 마저 허락을 받아야 하는 훈련병 생활은 찰나의 미학을 깨닫게 한 것 같다.
5초라는 짧은 순간 최선을 다해 파란색을 담아왔고, 식사시간 동안 내가 바라본 하늘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군인에게 길에 서서 글을 쓰는 시간이 용납될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생활관으로 돌아와서 휘갈기듯 이 글을 적어두었을 것이다.
"열정"을 빈 이 글이 바로 "열정" 그 자체가 아닐까 잠깐 생각해 본다.
최근 제주도에서 소원의 돌이란 걸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빌만한 소원이 떠오르지 않는 낯선 나를 발견했다. 평소에는 항상 바랄 게 있었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빌고 싶었지만, 너무 추상적인 것 같아서 내가 빌고자 하는 즐거움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만 하다가 왔다.
그런데 오늘 10여 년 전의 내가 쓴 소원을 보고 "즐거움"을 소원으로 삼아도 됐다는 걸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