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통령을 뽑는 우리에게, 호세 무히카가 던진 질문
“인생에 가격표가 매겨져 있지 않으니 나의 삶은 가난하지 않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고,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뿐이다.”
우루과이의 전 대통령, 호세 무히카가 남긴 말입니다.
며칠 전, 그의 장례식을 담은 영상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 불렸던 그가 5월 13일,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병마와 싸워온 그는 결국 올해 1월, 항암 치료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도 담담하게, “삶은 아름다운 여행이자 기적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를 보내는 국민들의 마음은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눈물과 박수로, 음악과 포옹으로 그를 배웅했습니다. 장례식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함께 회상하는 축제의 현장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떠나는 이를 향한 마지막 예우는,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깊은 증거였습니다.
호세 무히카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지만, 동시에 이상과 실천이 함께 있었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극적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좌파 무장 조직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하다 체포되었고, 무려 13년 넘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그렇게 고통과 절망을 통과한 그는 민주화 이후 석방되어 정치에 입문했고, 하원의원, 상원의원, 장관직을 거쳐 마침내 2010년부터 5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했습니다.
그는 대통령궁 대신 시골 농가에서 거주하며, 월급의 90%를 기부했고, 오래된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녔습니다. 언론 앞에 나설 때도 넥타이 하나 제대로 매지 않은 채, 겸손한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낯설었지만, 점차 많은 이들은 그의 철학과 실천을 통해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말보다 삶으로 말하는 지도자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고 싶은 걸까?
한국 정치문화는 여전히 권력 집중과 정쟁, 이미지 중심적인 구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책보다 말투나 태도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정치인의 실천보다 당의 간판이 지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이가 소박한 삶을 살면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먼저 듣고, 겸손하면 “약해 보인다”는 오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히카는 권력을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통령궁이 아닌 자신의 오래된 농가에서 살았고, 국가를 대표하면서도 자신을 과시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검소한 외양이 능력을 가리는 커튼이 되지 않았고, 국민은 그의 진심을 알아보았습니다. 넥타이 없는 대통령, 마이크 앞에서 웅변 대신 조용히 말을 시작하던 지도자. 그는 진정성 하나로 정치와 삶을 설득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무히카는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지 않는다. 권력은 단지 사람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El poder no corrompe, el poder revela)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의 본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과연 우리는 권력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요.
무히카를 통해 조명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의 본질입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투표하든, 삶으로 증명해주는 사람을 기대할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