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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버린 밤

by HYUN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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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원래 조용한 법이지만, 어떤 밤은 더욱 깊고 쓸쓸하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도, 희미한 가로등 불빛도,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기억들도. 모든 것이 가만히 무너져 내리는 듯한 그런 밤이 있다.


별빛이 흐려지고, 달조차 구름 뒤에 숨어 버린 밤. 가슴속에 숨겨 두었던 감정들이 문득 넘쳐흐를 때, 우리는 밤을 붙잡고 싶어진다. 그러나 밤은 손에 쥘 수 없는 것.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수 없듯, 흩어지는 감정을 되돌릴 수도 없다. 그저 바라볼 뿐, 그저 느낄 뿐.


창가에 기대어 마시는 차 한 잔조차 쓸쓸하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울린다. 무너진 것은 어쩌면 밤이 아니라, 그 안에서 흔들리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너지는 밤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모든 것이 조용해질 때, 우리는 가장 솔직해진다. 진짜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 가식 없는 감정이 흐르는 순간. 그렇게 무너진 밤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작은 빛을 찾는다.


그러니 이 밤이 지나면, 새로운 아침이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무너진 밤 속에서 나를 맡겨도 괜찮다. 어차피 밤이 끝날 때쯤이면, 우리는 다시 빛을 향해 걸어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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