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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내가 되는 곳에서

다시 나로 숨 쉬기

by 나미

중국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자리를 잡아보려던 초반, 나는 매일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취업 시장, 말처럼 쉽지 않은 언어의 장벽, 그리고 그 앞에서 점점 줄어드는 자신감. 처음엔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시작했지만, 막연한 긍정은 어느새 불안과 회의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아, 나는 이제 이 일을 더 이상 못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한 곳에서, 흔쾌히 연락이 왔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필라테스 센터였다. 솔직히 처음엔 의심부터 들었다. 이렇게 쉽게 된다고? 혹시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좋은 기회임에도 머릿속은 온통 계약서, 비자, 세금, 안전 문제로 가득 찼다. 이젠 나 혼자가 아니다. 나에게는 가족이 있고, 내 선택은 더 이상 나만의 몫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신중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단순했다.

누군가 내게 다시 ‘회원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거면 충분했다.




이곳 원장님은 맨땅에 헤딩하듯 혼자 힘으로 센터를 세우신 분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만약 나였다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공감이 갔고, 감탄이 났고, 그분의 자리를 가볍게 여기고 싶지 않았다.

이곳의 힘닿는 부분까지, 나도 함께 채워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필라테스 강사라는 직업은 나에게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운동복을 입고, 회원님들과 마주 앉아 함께 몸을 움직이는 순간, 나는 언제나 진짜 나로 돌아온다. 통증을 가진 회원님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분들의 일상이 운동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순간들. 그건 마치, 과거의 나를 도와주는 일 같기도 했다. 그게 내가 이 일을 놓지 못한 이유였다.




지금 내 마음은 복합적이다. 새로운 챕터에 대한 기대, 믿어주고 기회를 준 원장님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언제나 옆에서 응원해 주는 리키에게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고 싶은 의지.


나는 다시, 내가 되는 곳으로 돌아간다. 땀 흘리고, 호흡을 나누고, 작은 변화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그곳.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게 되는 그 순간들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오늘도 저의 이야기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으로 숨 쉬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 나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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